‘무용지물’ 청약통장…강남3구 쏠림ㆍ고분양가에 작년에만 55만명 탈출

13

아파트 청약이 서울 강남3구에만 집중되고 높은 분양가로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48만5000명으로 1년 전(2703만9000명)보다 55만4000명이나 줄었다.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납부 금액도 많은 1순위 가입자는 지난달 말 1764만6000명으로 57만4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2순위(883만9000명) 가입자는 2만명 늘었다.

2010년 이후 매년 증가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2859만9000명) 정점을 찍은 뒤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년 대비 연간 가입자 감소폭은 2022년 42만3000명, 2023년 85만5000명으로2022∼2024년 3년간 가입자가 183만명 급감했다.

이처럼 청약통장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아파트 청약이 서울 강남 등 일부 인기있는 지역에만 몰리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단지의 1순위 청약자 수는 60만4481명이었는데, 이 중 강남 3구 분양 단지 청약자 수는 42만8416명으로 7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강남권 분양이 많았고 특정 단지에 청약했다 탈락한 가입자가 다른 단지에 재도전하면 청약자 수가 중복 계산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강남 3구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지난해 서울 분양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2 대 1이었지만 강남 3구는 무려 289 대 1에 달했다. 2023년 서울 1순위 청약자(27만5141명) 중 강남 3구 청약자가 9.4%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강남3구와 달리 지난해 지방 분양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작년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집계됐는데,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만8644가구로 나타났다.

부양가족은 적은 20∼30대 청년의 경우 70점대까지 올라간 청약 당첨 합격선을 충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서울 등 일부 인기 지역에 도전하기에는 분양가 자체가 너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당첨 가능성이 낮은 청약통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통장을 해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당첨이 되더라도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청약 도전자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강남3구·용산구와 공공택지처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이 높은 단지들은 당첨 확률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청약통장 금리를 2022년 11월(0.3%p), 2023년 8월(0.7%p), 2024년 9월(0.3%p) 세 차례에 걸쳐 인상하고 올해부터는 청약통장의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원으로 늘리는 등 청약통장 해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줄면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같은 정책대출 등에 활용되는 주택도시기금의 핵심 재원이 청약통장 납입금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도시기금 운용 잔액은 2022년 3분기 41조2021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1조921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