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읽는 남자] 회계의 딜레마, 원칙이냐 해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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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 방식은 기업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원칙주의 회계기준(Principle-based Accounting Standards)은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과 규제 당국 간 생각의 차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고 있는 숲(SOOP 舊아프리카TV)의 광고 매출 회계처리 문제다.

▲SOOP 홈페이지 메인 화면.
▲SOOP 홈페이지 메인 화면.

원칙주의 회계기준은 개별 회계 처리 방법을 세세하게 규정하는 규칙주의(Rule-based Accounting Standards)와 달리, 기업이 스스로 경제적 실질을 고려하여 회계처리를 판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우리나라가 2017년 이후 도입을 결정한 국제회계기준(IFRS)이 바로 원칙주의 회계기준이다.

도입 당시에도 IFRS 15(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 관련 기준)는 아파트 분양 수익인식 등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이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1115호)로 정리되었지만 과거 공식처럼 적용했던 매출액 숫자가 전에는 없었던 회계원칙을 따져야 할 일이 종종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수익 인식을 결정할 때 기업이 수행하는 의무(Performance Obligation)와 통제권(Control)의 이전 여부를 기준으로 하기에 새롭게 도입된 원칙주의 회계기준은 기업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주석을 통해 이러한 상이점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려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분쟁이 생겼을 때는 어느 쪽 판단이 옳은가 따져볼 거리가 생겼고, 감독관리 기관과 기업간의 갈등을 내포한다.

▲2024. 3Q SOOP 분기보고서. /DART
▲2024. 3Q SOOP 분기보고서. /DART

이번 숲(SOOP)의 광고 매출 회계처리 논란은 2024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액 3114억원의 20.5%를 차지하는 ‘광고 및 콘텐츠 제작’ 638억원에 관한 부분이다. 일부 언론에서 수백억원의 분식회계 의혹이라고 보도하지만 따져 볼 지점은 ‘매출 부풀리기 분식’이 아니라 ‘회계기준의 적용과 해석’이다.

숲의 광고 매출액은 숲이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수주한 뒤, 자사 플랫폼 내 스트리머를 광고 수행자로 섭외하는 방식으로 광고 사업을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광고비의 약 90%를 스트리머에게 지급하고, 숲은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10%만 받았다.

그러나 숲은 그동안 전체 광고비를 매출로 인식하는 방식(Gross Revenue Recognition)을 적용했는데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숲은 단순한 중개자(Agent)라며 매출을 광고비가 아닌 수수료(10%)만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회계감리의 본질은 ‘숲이 광고 서비스의 주요 의무를 수행하는 주체인가, 아니면 단순 중개자인가’라는 점이다. 숲이 광고 서비스 제공에 대한 주요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총액 매출 인식이 가능하지만, 전적으로 스티리머가 책임을 지고 있으면 순액(수수료) 숫자만 매출액에 포함시켜야 타당하다.

다시 말해 숲이 의도적인 회계원칙 해석으로 약 600억 원 매출액을 부풀렸는가에 대한 지적인데 숲은 곧바로 광고 기획 및 제작에 대한 책임과 리스크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총액 인식이 정당하다고 해명했다.

숲의 사례는 국내외에서 유사하게 발생한 수익 인식 논란과 맥락을 같이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중개 서비스, 인터넷 쇼핑몰 매출 인식 논란, 인플란트 업계의 재고자산 매출인식 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기업들은 ‘총액 매출 인식’을 통해 재무적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금융당국은 ‘순액 매출 인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감리를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수익 인식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원칙주의 회계기준이 기업에게 일정 수준의 재량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각자의 사업 모델과 운영 방식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적용하려 하고, 반면 규제 당국은 이를 엄격하게 감시하며 시장의 신뢰성을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 차이는 필연적이지만, 경영 활동의 실질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고 이를 재무제표 숫자로 반영하는 과정에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주의 회계기준이 전 세계적으로 채택되는 이유는 산업별로 차이가 있더라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숲의 사례처럼 기업과 감독당국이 서로 다른 해석을 보이면, 회계를 잘 모르는 투자자는 혼란에 빠질 수 있기에 언론 보도와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발표와 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종종 단기적인 재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계 원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은 결과적으로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가치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

관리감독 기관에서는 이런 폐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원칙주의 회계기준을 준수하는 기업은 유연성을 활용해 자율적인 판단을 내리는 반면, 감독당국은 이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나 감리 조치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문제 해결 방식 역시 고려해야 한다. 외국은 투자자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당국이 처벌과 징계를 내리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무엇이 더 올바른 접근법인지는 ‘회계투명성’을 본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회계는 기업이 자신의 경영 성과를 원칙에 따라 거짓 없이 숫자로 산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이란 단순히 숫자를 정확히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를 명확하게 공개하는 데 있다. 아무리 정부당국이 감시를 강화하더라도, 기업이 스스로 수익 인식 방식을 명확히 공개하고 그 타당성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기업이 세법의 회색지대를 찾아 절세 전략을 짜는 것처럼, 회계원칙의 해석 차이 또한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신뢰성 있는 회계처리를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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