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력 잃었다” 질책한 이재용
복합위기 타개 고삐 죄나

“삼성이 위기다. 과거의 초격차는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삼성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며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미국의 정책 변화와 함께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삼성의 미래가 안갯속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 위기론’ 확산…초격차 무너진 반도체 사업

한때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사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점하며 초격차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은 15조 1천억 원으로, SK하이닉스(23조 4,673억 원)에 한참 못 미쳤다.
HBM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9.1%에서 8.1%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59%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특히 TSMC가 엔비디아, AMD,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 삼성의 고민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반도체 관세 부과 및 반도체법 보조금 폐지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테일러시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30년까지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 상무부와 체결한 47억 4,500만 달러(약 6조 9천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 계약이 상황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경영 활동에 있어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삼성다움’ 회복 위한 내부 개혁 본격화
이재용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강도 높은 질책을 쏟아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위기가 아니라 위기를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크리스털 패에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위기 극복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반영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위기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 개편에서 신설된 ‘경영진단실’이 대표적인 변화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인 최윤호 사장이 이끄는 이 조직은 올해 초부터 시스템LSI 사업부를 시작으로 전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위기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기술 개발 박차…위기 돌파 나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삼성은 신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강조했다”며, “올 하반기부터 차세대 제품들이 공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는 5세대 HBM3E 제품을 1분기 말부터 공급하고, 6세대 HBM4를 올해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반도체 이사회에 전문가 3명을 추가 영입하며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로봇 사업 역시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삼성은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며 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과거에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기술 격차와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이 주문한 ‘사즉생’의 각오가 삼성의 위기 극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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