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책임진다는데 “절대 안 됩니다”… 정부 움직임에 ‘결사 반대’,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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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기금화 논의 급물살
금융권 “시장 혼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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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공단(NPS)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한 가구주의 월 최소 생활비(2인 기준)는 240만 원, 적정 생활비는 336만 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은퇴 후 연금 수입만으로 이를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 이하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1인 월 최대 34만 2510원)과 국민연금(1인 평균 59만 9023원)을 합쳐도 월 100만 원을 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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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구 기준으로 은퇴 후 연금 외에 최소 150만 원 이상의 추가 소득이 필요하며, 30년간 환산하면 약 5억 4000만 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 국민연금공단이 맡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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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운용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는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기존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을 공적 기금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27조 원에 달하지만, 연평균 수익률이 2%대에 머물러 있어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을 운용하면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기금형 퇴직연금으로 운영되는 ‘푸른씨앗’은 지난해 누적 수익률 14.67%, 연간 수익률 6.52%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업계 “NPS 진출, 시장 혼란 초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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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 50%, 증권사 24%, 보험사 25% 수준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기금화가 시행되면 이 자금이 국민연금공단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증권업계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NPS까지 가세하면 기존 금융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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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은 이미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관”이라며 “퇴직연금까지 맡게 되면 시장의 자금 흐름이 NPS 중심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금융업계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나뉘어 있는 ‘3층 연금구조’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NPS가 퇴직연금까지 장악하면 연금 시장이 사실상 공단 중심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NPS로 집중되면 자산 운용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연금 시스템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노후 보장? “더 깊이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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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연금 자산이 한 기관으로 집중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까지 맡게 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운영에 실패할 경우, 국민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작정 국민연금공단에 맡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차라리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합해 공단과 민간 금융사가 본격적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연금 가입자인 국민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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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이 추진될 경우 금융권과 정부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NPS의 퇴직연금 진출 여부는 향후 논의할 문제”라며 “우선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의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개편이 금융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향후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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