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밥조차 제대로 못 먹는다
노년 빈곤에 가려진 ‘미래 세대 위기’
영양 결핍에 운동 부족까지 ‘이중고’

“노인도, 아이들도 다 같이 힘들다니…”
노인 빈곤율 1위, 청소년 영양결핍률 1위.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두 개의 민낯이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빈곤과 결핍이 이제는 다음 세대, 청소년층까지 깊게 파고들고 있다.
국가통계연구원이 발표한 ‘2025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6세 이상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OECD 38개국 중 가장 높았다.
2021년 39.3%, 2022년 39.7%에 이어 3년 연속 상승세다. 빈곤의 그림자는 아이들에게도 드리워졌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층의 영양 섭취 부족 비율은 27.5%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이제는 노인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밥을 못 먹는 세대가 된 것이다.
‘빈곤 1위’ 한국 노년층…그늘은 다음 세대까지

한국은 이미 노인 빈곤율 ‘OECD 1위’라는 오명을 오랫동안 안고 있다.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령자가 10명 중 4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지니계수도 0.323으로, OECD 평균을 상회하며 소득 불평등 수준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회원국 중 30위에 머물렀다.
한 전문가는 “고령층 빈곤은 더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다음 세대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이 제일 못 먹는다”…기초 영양까지 결핍

문제는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밥을 굶는’ 건 오히려 청소년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청소년의 영양 섭취 부족률은 27.5%에 달했다.
단순히 한 끼를 거른다는 수준이 아니다. 에너지 섭취량이 권장 기준의 75%에 미달하고, 필수 영양소인 칼슘, 철, 비타민A 등까지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2011년에는 10.6%였던 수치가 10년 넘게 오름세를 보이며 지금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영양 부족이 주로 노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청소년이 영양결핍 1위라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굶는 현실이라니,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지속적으로 방치되면 건강은 물론 학습 능력, 정서 발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활동도 ‘꼴찌’…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신체활동도 문제다. 아이들이 잘 먹지 못하는 데다, 움직임조차 부족하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간한 ‘청소년 신체활동 추이 관련 요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실천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년간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학생의 경우 실천율은 2024년 기준 8.9%로, 여전히 낮다. 중학생 남학생의 활동량은 다소 증가했지만, 고등학생 여학생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94.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2023년 기준 미국 청소년의 실천율(46.3%)과 비교하면, 한국은 13.4%로 30%포인트 이상 낮았다.
질병관리청은 “운동을 꾸준히 한 청소년은 스트레스 인지율과 비만율이 모두 낮게 나타났다”며, 체육수업 참여 확대와 가정 내 관심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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