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게 1위 빼앗기자 “회장님들 뭉쳤다”… 반격 나선 삼성·SK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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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브덴으로 전세 뒤집기 시동
공공팹 협력에 대기업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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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인 줄 알았는데, 중국에게 밀렸다고?”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집적 메모리부터 AI 반도체, 전력 반도체, 고성능 센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 2년 만에 벌어진 변화였다.

그간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설계와 기초연구 단계에서 중국의 뒤를 쫓는 처지다.

사업화 수준에서도 앞서는 분야는 일부에 불과한 현실이 드러나자, 위기감을 느낀 국내 대기업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술력 무너졌다”… 뒤집힌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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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3일 공개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주요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중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최고 선도국의 기술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고집적 메모리 기술은 90.9, 중국은 94.1이었다. AI 반도체에서는 한국이 84.1, 중국은 88.3을 기록했다.

전력 반도체와 고성능 센싱기술에서도 모두 한국이 낮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우위’로 평가됐던 기술들이 이제는 ‘열세’로 바뀐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술 생애주기 평가에서도 한국이 생산과 양산에서는 강세지만, 설계나 기초 연구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고 봤다.

특히 핵심 인재 유출과 AI 기술 격차, 미중 간 갈등 속 자국 우선 정책 등이 한국 반도체 기술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몰리브덴으로 승부수… 소재부터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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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기술 카드를 꺼냈다. 바로 몰리브덴(Mo)이다.

기존 반도체 배선 소재였던 텅스텐보다 전류 저항이 낮고 효율이 높은 몰리브덴을 차세대 낸드플래시 공정에 적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9월 발표한 9세대 낸드플래시(286단)에 몰리브덴을 적용했다.

10세대 낸드(400단 이상)에도 도입될 예정으로, 몰리브덴 사용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몰리브덴 활용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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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미국의 첨단소재 기업 마테리온과 손잡고 몰리브덴 전구체 사업을 논의 중이다. SK머티리얼즈, 후성, 한솔케미칼 등도 몰리브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몰리브덴은 텅스텐보다 30~40% 얇은 배선이 가능해 반도체 집적도와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며 “국내 업체가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 전세계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젠 민·관이 함께”… 회장들 뭉친 ‘모아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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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정부도 민간과 손잡고 반격에 나섰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과 함께 ‘모아팹’ 기능 고도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모아팹’은 국내 6개 반도체 공공팹을 연계해 연구자와 기업이 장비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3사는 12인치 첨단 공정장비를 지원하고, R&D, 시제품 제작, 기술 컨설팅까지 협력할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 고경력 인재가 직접 참여하고, 우수 인재는 채용까지 연계해 인력 선순환 구조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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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시대와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모아팹을 통해 우수 기술이 산업 현장으로 연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반도체 초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며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러나 정부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상황 반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소재 개발과 공정 장비 투자, 인재 육성 등 각 부문에서 대응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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