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일해도 “순식간에 빈털터리”… 직격탄 맞은 5060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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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자영업, 최저임금도 못 번다
개인파산 신청자 중 절반이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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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공장 다니다 명예퇴직하고 가게 차렸는데, 1년도 못 가 접었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했던 이 모 씨(59)는 지난해 폐업 신고를 했다.

평생 제조업에 종사하다 퇴직 후 퇴직금과 대출을 보태 창업했지만, 하루 수입이 1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월세와 재료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결국 적자만 남기고 가게 문을 닫았다. 그는 “3천만 원 넘는 빚만 떠안았다”며 “나이 들고 갈 곳이 없어 파산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퇴직 후 자영업에 나섰다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파산 신청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 부실 확대, 중장년 고용 축소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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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중장년층의 위기는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23일 ‘2024년 부실기업 진단’ 보고서를 통해 외부감사 대상 3만 7,510개사 가운데 4,466개(11.9%)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부실 확률도 2019년 5.7%에서 올해 8.2%로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업의 부실 확률은 3.3%에서 6.1%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부실 채권 관리를 강화하고 회수 가능성 없는 채권 정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중장년층이 생계형 자영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퇴 후 자영업… “최저임금도 못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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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자영업 전환자 가운데 50대 이상은 58.8%를 차지했다.

이들 중 48.8%는 월평균 순소득이 최저임금(2022년 기준 199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소득은 더 낮았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가운데 56.3%는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였고, 이들 중 다수가 최저임금 미만의 수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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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생계형 창업이 집중된 업종은 음식점, 숙박업 등 유통·소비자 서비스업이었으며, 이 비중은 53.8%에 달했다.

창업 장벽이 낮은 대신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쏠리면서 중장년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보고서는 “중장년층 다수가 임금근로자로 일했던 분야와 다른 업종에 창업하고 있어 수익 창출에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파산 신청자 10명 중 6명이 50~6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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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금융복지상담센터는 지난 26일 발표한 ‘2024년 파산면책 지원 실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서울 지역 개인 파산 신청자 1,302명 중 86%가 50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60대가 39.6%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22.7%였다.

파산 신청자 대부분은 직업이 없거나 수입이 불안정한 1인 가구였으며, 채무 원인으로는 생활비 부족(74%)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업 실패(27.9%), 보증채무 및 사기 피해(15.5%)가 뒤를 이었다.

파산 신청자의 90%는 자산이 1,200만 원 미만이었고, 60.1%는 총채무액이 1억 원 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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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채무자 10명 중 9명은 수입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아, 사실상 부채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센터 측은 “퇴직 후 수입이 끊긴 중장년층이 반복되는 대출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파산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하며 부채 문제 해결과 함께 복지서비스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은정 센터장은 “중장년층의 파산은 단순한 재무 문제가 아니라 생계 기반이 무너진 결과”라며 “주거, 일자리, 의료 등의 복합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기업 부실 증가와 중장년층 경제 위기의 연쇄 작용을 막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금융 확대와 함께 자영업 구조 개선, 복지 서비스 강화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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