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30일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원들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OUT 말하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4/CP-2022-0036/image-b1552e40-1812-4d4c-a291-97e3b4744ef5.jpeg)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절반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여성연구 2025년 1호’에 이 같은 내용의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 논문이 실렸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지인 등의 얼굴을 불법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 범죄는 앞서 2019년 이른바 ‘N번방’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대학교와 초중고를 중심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주변 지인 등을 성적 콘텐츠과 합성하는 범죄 사건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연구원이 2020년 6월 25일부터 지난해 10월 15일까지 전국 법원 1심 판결문 152건을 검토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17%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집행유예는 75명(47.17%)이다. 실형은 42.77%(68명)이었으며 벌금형은 11명(6.92%)으로 최소 300만원부터 최대 1000만원이다. 기타(무죄, 선고 유예)의 경우, 5명(3.14%)으로 조사됐다.
형량 이외 처분으로는 사회봉사 36명(22.64%), 성폭력 치료 강의 114명(71.70%),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9명(18.24%), 취업제한 92명(57.85%), 보호관찰 18명(11.32%)이었다. 가해자에 따라 복수의 조치를 받는 경우들도 있었다.
집행유예를 받은 75명의 양형 사유를 살펴보면 69명이 ‘초범’, ‘동종전과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이 고려되고 있었다.
이는 범죄의 심각성 정도가 상당한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4명의 가해자가 명시된 판결문에서 가해자 A는 텔레그램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며 아동·청소년이자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얼굴을 합성해 성적인 영상물을 총 71개 제작했다. 가해자 B, C, D는 이 채널을 구독하며 소지했음에도 이들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모두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이라는 점이 양형 사유였다.
또한 텔레그램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2022개의 성적인 영상물을 제작하고 2071개를 판매한 가해자 또한 추징금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해당 가해자는 수사단계에서부터 범행을 시인하고 협조했으며 초범인 점이 참작됐다.
연구원은 전체 가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정도가 집행유예를 받은 결과에 대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피해자 요인보다는 진지한 반성, 전과 여부 등 범죄자 요인이 성범죄 집행유예 양형에 유의미한 인자로 나타나고 있는 결과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양형 사유로 다수 언급된 것은 ‘피해자들의 특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합성사진이 조잡하고 유포 범위가 제한된 경우’ 등이었다. 이를 두고 연구원은 판결 과정에서 가해자가 온정적으로 대우받는 논리가 팽배한 가운데 피해 경험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 아닌 기술적 특수성의 세심함 여부를 더욱 중시해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체 판결문 중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은 150건으로 98.7%에 달했다. 범죄 행위로는 피해자의 이미지를 SNS와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수집한 사례가 22명(13.84%)이었고 SNS 친구 추천 기능으로 불특정 다수 여성의 정보를 활용한 사례, 불법촬영한 사례도 파악됐다. 주로 지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40.25%(64명)로 가장 많았고 연예인은 25.78%(41명)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낮은 형벌은 오랫동안 가부장적 통제 메커니즘으로 작용해 온 점을 고려할 때 형벌의 응보 목적을 넘어 이 같은 재판 결과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이 사법적으로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또 판결문에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지 않은 점을 확인했으며 이는 기존의 법적 대응 방식이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디지털 조직범죄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등 법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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