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의 정책에 따라 16년간 동결됐던 대학등록금이 최근 사립대를 중심으로 인상되면서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향후 일부 대학이 추가로 등록금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새 정부가 이에 대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정부는 대학들에게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을 받으려면 대학등록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부분 대학은 정부의 동결 기조에 동참했다. 이는 등록금 인상액과 비교해 국가장학금을 통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17년째 이어지면서 재정난에 직면한 대학들은 등록금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등록금을 동결하고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을 받는 것보다 법정 상한 내에서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지난해 말 교육부는 2025학년도 대학(원)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3.66%)의 1.5배인 5.49%로 확정하면서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대학들의 인상 움직임에 정부는 간곡하게 동결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대학들은 우수 교원 채용의 어려움, 시설 노후화 해결과 학생들의 수업 질 향상 등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등록금 인상 우려는 현실화됐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월 20일 기준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68.9%인 131개교였다.
사립대학(151개교) 중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79.5%인 120개교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64개교 중 58교(90.6%), 비수도권 87개교 중 62개교(71.3%)로 조사됐다.
이번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교육물가는 전년과 비교해 2.9%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 4.8% 이후 16년 1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와 발맞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2.1%로 올라 교육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공립대학(39개교) 중 인상을 결정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28.2%인 11개교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8개 대학 중 3교(37.5%), 비수도권 31개교 중 8개교(25.8%)가 인상을 발표했다.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53개교(27.9%)였으며 확인 불가는 6개교(3.2%)다. 그러나 현재 국공립대 역시 내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올해 등록금 인상을 하지 않은 나머지 사립대학(25곳)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교육부 내에서도 국공립대 등록금 동결을 유도할 정책 수단이 부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소재 한 대학교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여져 있다. [사진제공=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4/CP-2022-0036/image-0f9d9db5-a0a1-4f46-beec-6fb2002d330b.jpeg)
다만 내년에 등록금 인상의 법적 상한선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이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등록금은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를 초과해서 인상할 수 없는데, 이 같은 법정 상한선은 2023년 4.05%에서 지난해 5.64%로 상승했다가 올해 5.49%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의 반발도 큰 상황이다. 지난 1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등록금 인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생 97.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들 단체는 “등록금 인상은 많은 학생들과 가정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라며 “비민주적인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구조 문제 속에서 등록금 인상은 결정됐지만 학생들은 이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 재정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아니라 적립금 사용, 사학법인 책임 확대, 고등교육 재정 확대 등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6월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대학 정책 기조에 따라 향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또는 동결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대학 재정 위기 해소를 위한 강력한 정책을 마련한다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는 학생들의 부담 경감, 대학의 재정 확보, 그리고 정부의 재정 여건이라는 세 가지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복합적인 사안”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실적인 해법과 절충점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5년 안에 대학생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학생을 무상교육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같은 전면적인 무상교육이 어렵다면 정부는 국가장학금 등 유사한 형태의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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