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느라 사는 청춘①] 월세 내고 학자금 갚을 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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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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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가계대출은 연일 늘어나고 대출 연체율 또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청년들의 부채 역시 커져간다. 평균 연소득은 3000만원 수준인 반면 평균 대출 잔액은 소득을 훌쩍 넘은 3700만원을 기록했다. 이중 주택 관련 대출과 학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10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4년 청년금융 실태조사’에서 전국 19~34세 청년층 927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연소득은 309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2400만원 초과 3600만원 이하’가 41.7%로 가장 많았고, ‘1000만원 초과 2400만원 이하’가 34.7%로 뒤를 이었다. 

청년층 중 과반수의 연소득이 3000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격이다.  

빚내는 스무살

전체 청년의 44.8%를 차지하는 415만8000여명이 대출 경험이 있으며 이들의 평균 대출잔액은 3700만원으로 평균 연소득을 크게 상회했다. 이중 91.9%가 30대 미만에 처음 대출을 받았다. 

청년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운 재무 문제로는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가 49.9%,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 7.5%, ‘주택 및 전세자금 대출 부담’이 6.5%로 조사됐다.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국무조정실이 만 19~34세 청년 1.5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이들의 평균 부채는 1637만원이며, 이중 주택 관련 부채와 학자금대출이 차지하는 금액은 각각 1166만원과 68만원으로 전체 부채의 71.2%와 4.2%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대학 진학률은 약 74.9%로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 OECD 평균 47.4%으로 대학 진학률은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이 보편화됐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테이티스타에 따르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고등교육 학위 소지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평균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상위 5~6위권에 속하며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영국과 비국보다는 낮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24학년도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682만7천원으로 조사됐다. 사립대는 762만9000원, 국공립은 421만1000원이었다. 소재지별로 보면 수도권은 768만6000원, 비수도권은 62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국 대학교 124곳이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기준 4년제 사립대 151곳 중 79.5%인 120곳이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국공립대 39곳 중 28.2%인 11곳도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 3월 이미 교육 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2.9% 크게 상승했다. 이는 2009년 2월 금융위기 때 4.8%가 오른 이후 약 16년여 만 최대 폭 증가세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앞서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국가장학금Ⅱ유형 지급 조건에 △등록금 동결·인하 △교내장학금 지급액, 등록금 총액의 10% 이상 유지·확충을 넣은 바 있다. 학교가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은 즉시 중단되고, 등록금 인상분은 고스란히 학생의 몫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학자금대출 연체 금액은 11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091억원에서 1년 새 8% 크게 늘었다. 학자금대출은 이자율이 1.7%인 저금리 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체납 규모는 역대 최대치다.

학자금부채탕감운동본부의 배병인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장 먼저 짊어지게 되는 게 학자금 대출”이라며 “대학 진학률이 70%를 훨씬 넘는 상황에서 대학 교육은 더이상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의무 교육이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가 공적 책임을 져야 되는 구조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부채를 연장해 주거나 아니면 이자율을 낮춰주거나 하는 미봉책보다는 근본적으로 부채 탕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앞으로 학령인구도 줄어들고 대학들의 재정난은 더 커질 것”이라며 “국내 대학들은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도 학자금대출을 상환 중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학자금대출로 인한 부담감에 빠르게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며 “빚이 있으니까 마음이 불편해서 아무데나 가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월세가 삼킨 월급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지난달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시세를 분석한 ‘다방여지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원룸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67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535만원이다.

이중에서도 ‘2025년 1학기(1월)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지역의 원룸 평균 월세 및 관리비 분석’에서 나타난 주요 대학가 중 평균 월세가 가장 비싼 곳은 이화여대로 74만1000원이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60만9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청년 가구의 세금 공제 전 월소득이 266만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중 매달 3분의 1가량이 주거비에 사용되고 있는 격이다. 식료품비로 지출되는 내역은 평균 80만원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자가 점유율은 약 14.6%로 대부분이 전월세에 의존하고 있다. 이중 최저주거 미달가구가 6.1%로 청년 100명 중 6명가량이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 중이다. 

정부는 청년 주거 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기준에 부합하는 가구에 월세나 임차보증금 이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층만을 위한 지원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배 교수는 “청년 월세를 지원해 주면 청년한테 지원해 주는 게 아니고 결국은 임대인을 지원해 주는 꼴”이라며 “거꾸로 가진 사람한테 계속 돈을 주는 식의 정책 구조”라며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라는 게 사실상 없다”며 “주로 다 금융 지원 형태로 나가는데 주거 비용도 사실은 은행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만 가고 있어서 근본적으로 국가의 역할, 정부의 역할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재고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서울에서 자취 중인 20대 대학원생 현모씨는 “학비는 대학원에서 장학금으로 지원해주지만 달에 110만원 정도인 월급에서 월세로만 62만원이 나가면 사실상 남는 돈이 거의 없다”며 “물가도 비싸서 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주인 때문에 주소 이전을 못해서 월세 지원금조차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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