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기 고장·화물 초과·안전 부실…11주기 ‘세월호 참사’ 원인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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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기울어져 있는 세월호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기울어져 있는 세월호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세월호 전복 사건을 조사한 해양사고 조사기관이 참사 원인을 선사와 선원의 안전불감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불복해 2심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투데이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재결서에 따르면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이하 목포해심) 특별심판부는 “세월호 침몰 당시 외부 요인의 작용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목포해심이 지난해 11월 26일 발표한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 재결서에는 사고 경위, 원인, 시정명령 등이 명시됐다. 재결서는 행정 관청이 행정에 있어서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에 대하여 판정한 내용을 적은 글을 말한다.

재결서를 보면 목포해심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복원성 기준 미달 ▲급선회와 급경사 ▲잘못된 화물의 적재와 고박 ▲적절한 초기 비상대응의 부재 등으로 지목했다. 잠수함, 암초 충돌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외력설’ 등은 완전히 배제됐다.

복원성이란 물 위에 떠 있는 선박이 파도나 바람 등의 외력에 의해 한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려는 성질로 선박의 상태에 영향을 끼친 외력이 사라지면 최초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모든 선박은 출항 이후 선체의 아래쪽에 있는 연료 등이 소모되면서 그 무게만큼 부력이 줄고, 선체의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이동하며 복원성이 감소한다. 목포해심은 세월호 역시 여객선 복원성 기준을 일부 준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항 이후 약 12시간 항해가 이어지는 동안 복원성이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급경사와 급선회는 출항 이후 떨어진 선박 복원성, 비정상적인 조타기의 작동, 화물의 쏠림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당일 오전 8시경 타수 조준기가 배를 우현으로 조종할 무렵 조타기의 비정상적인 동작으로 의도한 바와 다르게 타가 작동됐고 이로 인해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 목포해심의 설명이다.

또한, 세월호에는 배의 복원성을 해치지 않는 기준치의 2배 이상의 화물이 적재됐으며 이 화물의 상당수가 규정에서 요구하는 설비와 방법으로 고정되지 않았다. 선원들은 출항보고서에 화물량에 대한 정보를 잘못 기입할 만큼 세월호에 실린 화물의 정확한 무게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3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팽목기억관에서 추모객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3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팽목기억관에서 추모객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즉, 선박 복원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조타기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이에 초과 적재된 화물이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한쪽으로 쏠리자 배가 기울어지게 된 것이다. 기울어진 선체의 외판 개구부로 바닷물까지 유입되며 세월호는 복원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초기 비상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세월호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웠다. 세월호의 경우 사전에 선장, 기관장 등이 교관이 돼 8가지의 비상상황을 정하고 선원에게 비상대응 훈련과 교육을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하지만 세월호에 승선한 선장을 포함한 모든 선원들은 이 같은 훈련을 시행하지 않아 사고 당시 비상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목포해심은 선사와 선원의 안전불감증을 세월호 침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목포해심은 “선박 운항 전반에 걸쳐 관여하는 선사, 선원, 검사·감독기관, 위탁업체 등의 각 주체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으로 부주의와 규정 위반을 장기간 반복해 시행했다”며 “잘못된 관행들이 누적되고 결합해 발생한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근원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재결서에서 목포해심은 당시 세월호에서 근무한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와 기관사 등 5명의 면허를 취소하고 기관사 2명, 항해사 1명의 업무를 6개월~1년간 정지했다. 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목포해심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까지 직무 정지와 시정 명령을 받은 사고 당사자·관련 기업이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해 2심을 청구했다. 현재 2심 절차는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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