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현장] ‘2014년 4월 16일’에 멈춰 있는 시간…세월호 11주기 기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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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 행사 전경. ⓒ투데이신문
16일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 행사 전경.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민수 인턴기자】따뜻한 봄바람이 안산 화랑유원지를 스쳤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찬 바람이 불어 쌀쌀했지만 이날은 유독 포근했다.  꽃피는 계절인 4월이 다시 돌아왔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여전히 11년 전 멈춘 시간 그대로였다. 봄기운이 완연하고 꽃들이 만개한 16일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4·16 세월호참사 11주기를 맞아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이 개최됐다. 기억식은 4·16재단이 주최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유가족과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자리를 지켰다. 행사장 제일 중간에 마련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참석자들은 옷깃에 노란 나비 스티커를 붙이고 ‘기억·약속·책임’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세월호를 기억하고 당시의 약속을 되새기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상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행사는 개식선언과 304명 희생자에 대한 묵념, 추도사, 기억영상 상영, 기억 뮤지컬 공연, 편지 낭독, 합창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노란색 자켓을 맞춰 입고 참석했다. 몇몇은 묵묵히 무대를 바라봤고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행사가 이어질 때마다 깊은 숨을 내쉬거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표정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많은 시민들도 기억식을 찾았다. 자녀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시민들부터 직장인 차림의 사람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함께 했다.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추도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아프고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과 가슴에 돌덩어리를 얹은듯한 이 마음이 올해 4월, 우리가 겪는 세월호다”며 “국회가 정부에 요구할 것을 요구하겠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되게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해양수산부 강도형 장관은 “정부는 참사로 멈춰버린 고통의 세월이 헛되지 않게 안전한 바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며 “유가족 및 피해자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살피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고 진실을 가리고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박근혜·윤석열 정권의 끝은 탄핵이었다”며 “내년 12주기 기억식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비어있는 대통령 자리에 앉아 유가족을 위로하자는 약속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4·16재단 박승렬 이사장은 “재난 참사의 재발을 막고 피해자의 아픔 회복을 위해 행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변화돼야 한다”며 “생명안전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은 “1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국가는 그런 상황에 왜 없었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삶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명심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당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투데이신문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당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투데이신문

추도사가 끝나고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기억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희생된 학생과 남겨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기억공연 ‘나, 여기 있어요’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 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시민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뒤이어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장애진(28)씨의 편지 낭독이 진행됐다. 그는 “두 번 다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다짐했지만 또 다른 비극들이 반복되는 걸 보며 자책하게 된다”며 “안전이 기본이 되는 사회, 믿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희생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참사 피해자와 시민이 함께 부르는 4·16합창단의 추모 합창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아울러 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 기억·추모사업 추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세월호 참사 정부 기록물 공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및 중대재해 조사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노란 리본 아래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11년 전 그날을 떠올렸고 기억은 다시 책임이라는 과제로 돌아왔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남겨진 과제 속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겠다는 다짐은 그렇게 또 한 해를 지나 다음 봄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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