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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월급으로는 먹고 살기도 벅차더라고요.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서 대출이라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20대 초반 생활비 때문에 받은 대출금을 상환 중인 김지원(가명, 29세)씨의 말이다.
청년층의 채무 문제는 단순 과소비에 기인한 것이 아닌, 전월세 등의 주거 관련 부채와 생활비 물가 상승 등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결과다. 실업률 증가와 불안정한 고용환경 역시 경제적 자립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 또한 채무발생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청년층 절반이 빚쟁이
15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만 19~34세 청년 926만4000명 중 약 44.8%가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57만2347명이 30일 이상 채무를 연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는 빚을 갚았지만 연체 경험이 있는 청년까지 합치면 총 102만699명으로, 이는 전체 청년 중 11.1%다. 청년 10명 중 1명이 대출을 연체한 적 있다는 뜻이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2023년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 중 중 ‘청년재무길잡이’를 이수한 만 29세 청년 14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채무액은 7159만원에 달했다.
채무발생 원인은 생활비(59%)와 주거비(18%), 사기 피해(12%) 등의 순인데, 생활비와 주거비 등 생계를 위한 대출이 8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청년층의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연체율 또한 32.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 평균 7000원대의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이 세 명 중 한 명 꼴인 것이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의 소액 생계자금을 위해 제공 중인 대출로, 최근 한도를 기본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으로 늘리고 불법사금융예방대출로 이름을 변경한 바 있다. 불법사금융 예방이라는 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기준 건당 평균 이용액은 56만원으로, 첫 달 금리 15.9%를 적용해 월 이자를 계산하면 7420원 수준이다.
불안정한 삶, 불어나는 이자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9세 이하 가구의 2023년 소득 증가율(전년 대비)은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5년(1.0%) 이후 8년 만의 최저치일 뿐 아니라 당시 물가상승률(3.6%)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꾸준히 증가세인 수도권 월세까지 더하면 청년들의 가처분소득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비싼 월세에 대한 부담감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전세사기를 당하는 경우 그 보증금 대출 또한 고스란히 청년의 부채로 남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한다)’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과 같은 투자 방식의 유행 역시 청년 부채에 영향을 미쳤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이승윤 교수는 “청년들이 불안정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코인이라거나 주식 투자를 하다가 부채가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부채가 있는 경우에 당장 되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하게 되고 그 일도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빚내서 빚 갚아요”
청년층의 평균 신용점수는 806.3점이며, 과반 이상(57.8%)의 청년이 700~900점미만 구간에 해당된다.
청년층은 소득이나 재산이 적어 비교적 신용점수가 낮은 편이고, 중저신용자들은 문턱이 낮고 대출을 비교적 빨리 내주는 대부업이나 제도권 밖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서민금융원은 지난해 대부업 및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저신용자(신용 6~10등급) 1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중 , 20·30대 청년층이 대부업체를 찾은 주요 이유로 ‘주거 관리비 등 기초생활비’(40.25%)가 가장 많았고, ‘신용카드 대금 등 다른 부채 상환’(30.7%)이 그 뒤를 이었다.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고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서 또다시 대출을 받게 된 격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수진 선임연구위원은 ‘불법사금융 근절 정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출중개사이트 이용자들이 자금 필요 사유를 언급한 경우 생활비 목적이 병원비 등 예상이 어렵고 긴급한 목적보다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중개사이트 이용자의 다수가 만성적인 생활비 부족과 과다 채무 상황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등록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해 거절당한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74.1%를 차지했다.
서민금융연구원 안용섭 원장은 “현재는 일자리나 이런 것들이 예전처럼 청년들 맞춤형이 아니다”며 “청년 단계에서는 일자리 같은 것들을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청년들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고 사회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보다 불법 사금융을 더 많이 이용해 청년들이 도덕적으로 나쁜 길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들에게 사회가 녹록하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 서민금융정책 중에서도 청년들만을 위한 여러가지 특혜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인터넷상담이나 전화상담 등으로 청년들에게 자기 맞춤형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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