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역전 현상 현실화
‘일하는 사람’에 더 준다

“신입사원 월급이 부장보다 많다니, 이게 말이 돼?”
전통적 연공서열 문화를 고수하던 롯데그룹이 파격적인 인사제도 개편에 나서며 직무급제 전면 도입을 예고했다.
업무 가치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급여를 책정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그룹 전체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그 여파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한 만큼 받는 시대’ 선언

롯데그룹은 22일, 직원의 직무 중요도와 난이도,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직무급제를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서열 중심의 체계였다. 하지만 이 구조는 업무 효율성과 성과 중심의 보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개편은 30여 개 계열사에 적용될 예정이다.
직무를 약 40개로 나누고, 이를 다시 5단계 등급(레벨1~5)으로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R&D)은 가장 높은 등급인 레벨5로, 기획은 레벨4로 설정된다.
같은 평가를 받더라도 레벨에 따라 기본급이 최대 20% 이상 차이 날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더 어려운 일, 더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에게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연공서열 중심의 낡은 인사제도를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전했다.
롯데식 직무급제, 재계 첫 전면 도입

직무급제 전면 도입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 롯데가 처음이다. 삼성은 직급 단순화와 성과 중심 승진을 도입했지만 직무에 따른 급여 차등은 적용하지 않았다.
롯데는 일부 계열사에서 이미 직무급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홍기획, 롯데이노베이트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롯데백화점, 롯데웰푸드 등이 추가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공무원형 기업문화’로 지적받던 롯데 내부 체질을 바꾸기 위한 일환이다.
그룹 내에선 오랫동안 근속만 하면 승진하고,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문화가 만연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인해 체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갈등의 불씨, “성과가치 vs 차별”

하지만 이 같은 급진적 변화가 순탄치만은 않은데, 노동조합을 비롯한 일부 직원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중요도를 기준으로 급여를 나누는 구조가 직종 간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직무급제를 위해선 노조와의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각 계열사는 상반기 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직급제 폐지까지 검토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더 커질 수 있다.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는 이론상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선 복잡한 문제가 얽힌다.
예컨대 한국의 조직 특성상 한 직원이 여러 직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일이 흔해, 직무 경계와 평가의 모호성이 지적된다.
또 팀 단위로 유연하게 일하는 조직 문화와 개인 중심 보상 체계의 충돌도 우려된다.
체질 개선을 향한 롯데의 ‘승부수’

롯데그룹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편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성과와 전문성 중심의 보상 체계를 확립해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더는 조직이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롯데는 자산 매각과 희망퇴직 등 비상경영을 단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자회사와 지분을 정리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롯데가 진정 원하는 변화는 ‘사람’과 ‘문화’라는 점에서, 직무급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성공적으로 직무급제를 정착시킨다면, 다른 대기업들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직장 내 보상의 기준이 연차에서 역량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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