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으로 매일 300억씩 빼간다”… ’13조 행방’ 밝혀지자 4천만 가입자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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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부작용으로 건강보험 재정 ‘줄줄’
금융당국 “5세대 실손보험으로 대수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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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무려 4천만 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에서 최소 약 13조 원의 추가 의료비가 유발됐다는 점이 발표됐다.

이 가운데 최대 10조 9천억 원을 건강보험이 부담했으며, 하루에 지불된 금액만 약 354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분별한 청구, 일치하지 않는 진단코드, 의심스러운 수급 사례에 이르기까지 보험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실손보험 가입자, 병원 더 자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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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감사원은 지난 14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0억 건에 달하는 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비가입자에 비해 외래 진료는 평균 최대 7.7일, 입원은 최대 7.05일 더 이용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추가 의료비는 2022년 기준 12조 9천억 원에서 최대 23조 2천억 원으로 추정되며,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한 금액은 최소 3조 8천억 원, 많게는 10조 9천억 원에 달했다.

비급여 진료비에서만도 약 3조5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며, 건강보험이 이 중 7천억 원 이상을 떠안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장 비용이 많이 든 항목은 물리치료였는데, 외래와 입원을 합치면 2조 4천억 원이 넘는 금액이 실손보험 청구를 통해 지출됐다.

허위·이중 청구 의심, ‘보험 사기’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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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청구됐지만 건강보험에는 청구되지 않은 건이 무려 730만 건에 달했다.

이는 병원이 건강보험에는 청구하지 않고, 환자는 실손보험으로만 비용을 청구한 사례들이다.

성형외과에서 코 성형을 받은 후 비염 치료 명목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하거나, 피부미용 시술 뒤 도수치료로 청구하는 등 보험사기를 의심케 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한 환자는 실손보험으로는 ‘결장의 플립’으로 청구했지만, 병원은 ‘고혈압’으로 건강보험금을 청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간 청구 내용의 불일치도 심각했다.

같은 진료에 대해 두 보험 간 상병 코드가 완전히 일치한 경우는 53.5%에 그쳤으며, 전혀 일치하지 않은 경우도 31.9%나 됐다. 이렇게 지급된 보험금은 10조 6천억 원에 이른다.

제도 개편 예고… 5세대 실손보험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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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실손보험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장 범위는 줄이고, 자기부담률은 50%로 상향된다. 도수치료나 신데렐라·마늘주사 같은 비급여 주사제는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규로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은 연말부터 판매되며, 기존 가입자도 조건에 따라 전환 가능하다. 당국은 이번 개혁으로 보험료가 최대 50%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잉 진료 유발 요인을 차단하고,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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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 때문에 선량한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허위나 과잉 청구로 보험금을 받아간 일부 가입자들 때문에,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고 적절히 이용한 다수의 선의의 피해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실손보험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 불공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 개편이 이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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