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커녕 독립도 못한다”
청년은 집에 남고 부모는 노후를 잃는다
OECD 1위, 이 부끄러운 기록의 정체는

부모의 “취직은 언제 할 거니?”, “결혼은 생각 있어?”라는 걱정 섞인 질문에도 자녀들은 말없이 고개를 돌린다. 서른이 다 되어가도 부모와 한집살이를 이어가는 청년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청년 실업률이 늘어나고 독립이 늦어지면서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풍경은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세계 무대에선 ‘한국만의 특이한 장면’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국의 청년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구조적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OECD 중 유일하게… 니트 증가한 한국

2022년 기준 한국의 니트(무직 상태이며 취직할 준비도 하지 않는 청년) 비율은 18.3%였는데, 이는 2014년보다 오히려 0.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15.7%에서 12.6%로 3.1%포인트 줄었으며, 주요 11개 OECD 국가 가운데 청년 니트 비중이 늘어난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은 유독 대학 진학률이 높고, 취업 준비 기간이 길다는 구조적 특성 탓에 니트로 분류되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한국고용정보원은 해석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 니트는 증가세, 여성은 감소세를 보였다. 대졸 남성 니트 비율은 23%로 가장 높았고, 특히 20대 후반 남성의 니트 비율이 두드러졌다.
고용정보원은 “남성은 군복무 이후 첫 직장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여성은 단기 일자리라도 빠르게 진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부모 집에 머무는 청년들, 늘어난 ‘캥거루족’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35세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비율은 과거 20%(1971~75년생 기준)에서 41.1%(1981~86년생 기준)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 평균으로 따졌을 때도 18.6%에서 32.1%로 뛰면서, 10년 동안 크게 증가했다.
이같은 ‘캥거루족’ 증가는 단순히 정서적 이유가 아니라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다. 학교 졸업, 취업, 결혼, 분가라는 성인기의 전환점이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07년 46.3개월에서 2024년 51.8개월로 늘어났고, 졸업 후 첫 취업까지 평균 11.5개월이 걸리는 현실은 청년들의 ‘늦어진 출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취업 시도조차 하지 않고 쉬는 청년을 일컫는 ‘쉬었음 청년’의 평균 공백 기간은 무려 22.7개월에 달하며, 이 중 일부는 4년 이상을 쉬기도 했다.
부모 노후마저 위협하는 ‘지각 사회’의 그림자

2022년 기준, 한국의 20대 중 81%는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는 OECD 36개국 중 1위이며, 평균(50%)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처럼 독립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 사이의 괴리, 즉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존재한다.
대기업과 전문직을 선호하는 청년들과, 경력 위주 채용을 원하는 기업 간의 불일치는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캥거루족을 선택한 청년이 많으며, 이들의 상당수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의 장기적 의존은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를 막는다”며 “결국 부모와 자녀 모두 빈곤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제는 청년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심리 지원, 진로 교육, 주거 정책에 이르기까지 청년의 독립을 돕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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