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늘었지만 삶은 가난해졌다
정년 지나도 일하고 싶은 노인들, 그 절박한 이유

한 고령층 노동자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는데도, 통장엔 매달 30만 원도 안 남는다”며 한국 노년의 안타까운 현실을 털어놨다.
노인 고용률 ‘세계 1위’라는 화려한 수치 이면에는, 우리가 보지 못한 현실이 숨겨져 있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25.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고, OECD 평균(13.6%)의 거의 세 배다.
언뜻 보면 ‘일할 기회가 많은 나라’로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달랐다.
‘재취업’ 아닌 ‘생계 유지 노동’

고령층이 은퇴 이후에도 다시 일자리로 되돌아오는 이유는 노후를 위한 연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연금 소득은 약 80만 원으로, 이는 올해 1인 가구 기준 최저 생계비인 134만 원에도 못 미친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고령층은 은퇴 후 낯선 일터로 나선다. 하지만 그들이 재취업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숙련 단순노동,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환경이 전제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무려 61.2%였고, 절반 가까이는 1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단순 노무직 비중은 35.4%로 가장 높았으며, 기계 조작원이 뒤를 이었다.
고용 형태가 불안정해질수록 임금도 줄어든다. 50대 후반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50만 원 수준이지만, 60대 초반에는 278만 원으로 20.5% 줄어든다.
퇴직 전 경력을 살릴 수 없는 ‘경력 단절’이 원인인데, 실제로 재취업한 노인의 절반 이상(53.2%)이 현재 일자리가 생애 주된 일자리와 무관하다고 응답했다.
숫자만 늘린 ‘노인 일자리’…실속은 없다

정부는 고령층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이 사업의 일자리를 110만 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 실상을 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지난해 기준, 사업 참여자 10명 중 7명은 월평균 40만 원도 받지 못했다. 특히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월평균 임금은 29만 원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지난해가 되어서야 7년 만에 2만 원 인상된 수치였다.
대부분이 단시간 노동에 불과한 데다, 민간형 일자리 역시 저임금이라는 점에서 ‘용돈벌이 수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령층의 취업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는 690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34만 명 증가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근로 희망 연령도 73.3세로 꾸준히 상승 중이며, 그 이유로는 ‘생활비 충당’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년은 60세, 연금은 63세…그 3년의 공백

전문가들은 이런 고령층 노동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사회 문제로 보고 있다.
고려대 김성희 교수는 “퇴직 후 재취업하더라도 예전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고령자의 소득 보전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준,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은 63세부터 가능하다. 오는 2033년에는 연금 수급 시점이 65세로 올라가면서 정년과의 격차는 더 커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국은행과 KDI는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고령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고령자 고용 방안으로 ’65세까지 계속고용 의무제’를 제안했지만, 노동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11월까지 정년 연장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가계 책임은 개인의 몫?…노동시장 대개편 시급

이제는 수치를 넘어 실질적 삶의 질을 논할 때다. 세계 최고 고용률이라는 번지르르한 껍데기 아래, 노인들의 절규가 울려 퍼지고 있다.
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중장년층 임금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기업이 나이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구조로 노동시장을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700만에 육박한 고령층의 절박한 생계 노동은 ‘기회’라기보다 ‘의무’가 돼버렸다.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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