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백영의 생생 디자인] 처음엔 싫었는데 ‘왜’ 점점 좋아질까? – 대한항공 CI와 에펠탑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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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항공, 파격인가 시대의 흐름인가 

얼마 전 대한항공은 54년 만에 기존의 붉은색과 파란색 태극 마크에서 심플한 로고로 CI(Corporate Identity)를 변경했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반으로 엇갈렸다.  

▲대한항공CI. /대한항공
▲대한항공CI. /대한항공

“세련되고 모던하다”, “시대에 맞는 변화다”, “글로벌 감각에 맞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더 깔끔하고 세련됐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볼수록 괜찮네.” 등등 호평이 많았다.

반면 다른 의견들도 쏟아졌다. 

“이게 뭐야? 예전 로고가 훨씬 나은데”, “너무 심플해서 밋밋하다”, “외국 항공사 같아 보인다”, “전통성을 잃어버렸다. 태극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웠는데…” 

이 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들. 어떤 의견이 맞는 말일까? 왜 같은 디자인을 저렇게 반대의 지점에서 이야기들을 할까?

이렇게 하나의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것은 비단 대항항공의 리뉴얼 사례만이 아니다. 늘 그래왔다. 사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참 어렵다.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은 상징적이고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많은 건축물과 디자인들이 처음 공개될 때는 거센 반대와 비판에 직면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나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했는지 이런 현상에 대해 이름까지 만들어졌다.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이다.  

2. 에펠탑 효과, 그 심리학적 비밀 

“에펠탑,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흉물에서 가장 사랑받는 랜드마크로” 

▲에펠탑 건설 모습. /아던트 뉴스
▲에펠탑 건설 모습. /아던트 뉴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에펠탑.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를 기념하고,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지어진 건축물이다. 누구나 프랑스에 간다면 파리를 가봐야하고, 파리를 간다면, 에펠탑을 봐야 하는 것이 진리가 된 요즘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에펠탑은 건립 초기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금은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로맨스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당시 파리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반응은 참혹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에펠탑은 당시 파리시민의 눈에는 너무 못생기고, 낯선 차가운 금속덩어리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에펠탑을 향해 “파리에 세워진 거대한 못”, “도시 경관을 해치는 괴물”, “철골 구조물이 예술의 도시 파리를 망친다” 등의 원색적 비난을 했다.

3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에펠탑 건설 반대 청원서에 서명했다. 그들은 이 ‘흉물’이 파리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파괴할 것이라고 믿었다.

특히 ‘여자의 일생’의 작가 기 드 모파상은 “에펠탑이 안 보이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에펠탑 내부의 레스토랑이라 그곳에서만 식사를 한다”며 경멸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  

20년이 지나자 파리지앵들은 에펠탑 없는 파리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50년이 지나자 에펠탑은 파리 그 자체가 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에펠탑은 전 세계인들이 파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2025년 현재 에펠탑은 파리를 상징하는 로맨틱한 랜드마크가 되었다.

왜 사람들의 인식은 이렇게 극적으로 바뀌었을까? 자꾸 보다 보니 정이 든 것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보다 보니 익숙해지는 이 현상! 이것이 바로 ‘에펠탑 효과’다.

▲에펠탑. /한백영
▲에펠탑. /한백영

‘에펠탑 효과’는 처음에는 낯설고 거부감을 주던 디자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결국 사랑받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인간의 뇌는 익숙함을 선호한다.

위 사례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단순 접촉 효과(Mere Exposure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츠(Robert Zajonc)는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접하는 대상에 대해 점점 친숙함을 느끼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즉, 초기의 거부감과 낯섦이 반복 노출을 통해 호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한다. 새로운 것은 예측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은 잠재적 위험이다. 

그래서 처음 마주하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뇌는 점차 그것을 ‘안전한 것’으로 분류한다.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거부감이 친근감으로 바뀌는 것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새롭고 낯선 디자인은 처음에는 어색함과 거부감을 유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호감으로 바뀌게 된다. 

한국의 에펠탑들   

잠실 롯데월드타워 

한국에서도 에펠탑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롯데월드타워다. 2017년 완공된 555미터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건설 초기와 완공 직후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잠실 롯데타워. /한백영
▲잠실 롯데타워. /한백영

“서울 스카이라인을 망친다.”, “주변 건물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높아 부담스럽다.”, “잠실 일대가 삭막해 보인다.” 등등 

단지 건물에 대한 비난 뿐만 아니라, 꽤 그럴싸하고 무서운 씽클홀 괴담도 있었다. 때문에 지인들은 준공 직후 잠실에는 무서워서 가지도 않는다고 나에게 이야기 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2~3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서울 야경에서 롯데월드타워를 자연스럽게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 없는 서울 스카이라인을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특히 벗꽃이 피는 4월의 봄이면 일대는 벗꽃과 함께 롯데월드타워를 사진에 담으려는 많은 인파가 몰리고, 평일에도 야간 조명이 켜진 롯데월드타워는 이제 서울의 로맨틱한 야경을 완성하는 상징이 되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변신 

또 다른 사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꼽을 수 있다. 2014년 개관 당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건물에 대한 반응은 역시 극단적으로 갈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홈페이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홈페이지 

“우주선 같다.”, “서울답지 않다.”, “너무 미래지향적이어서 어색하다.”, “동대문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DDP는 서울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서울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브랜드 디자인에서의 에펠탑 효과 

기업의 CI 변경에서도 에펠탑 효과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스타벅스의 로고 변화 

2011년 스타벅스가 기존 원형 로고에서 ‘STARBUCKS COFFEE’ 텍스트를 제거하고 사이렌(인어)만 남긴 새 로고를 공개했을 때도 반응이 비슷했다. 

▲스타벅스 로고. /스타벅스
▲스타벅스 로고. /스타벅스

“정체성이 없어 보인다.”, “너무 심플해서 밋밋하다.”, “스타벅스인지 모르겠다.” 

비교적 그런 변화에 관대한 필자도 그 낯설움이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그 사이렌 마크만 봐도 스타벅스를 떠올린다. 오히려 과거의 디자인을 볼 때면 복잡하고 옛스러워 보인다.  

구글의 로고 변화 

2015년 구글이 기존 세리프 폰트에서 산세리프 폰트로 로고를 바꿨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글 로고
구글 로고

“개성이 없어졌다.”, “너무 평범하다.”, “기존 로고가 더 친근했다.” 

하지만 지금의 구글 로고는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왜 디자이너들은 에펠탑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가? 

에펠탑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하다. 

첫째, 초기 반응에 너무 주눅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디자인일수록 초기에는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이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둘째,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드러난다. 당장의 호불호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을 평가해야 한다. 

셋째,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초기 반발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인간의 심리적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대한항공 CI, 시간이 답할 것이다 

다시 대한항공의 새 CI로 돌아가 보자. 지금의 호불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4년 동안 사용해온 기존 로고는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그 익숙함을 대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통과 익숙함을 벗어난 변화는 필연적으로 거부감을 동반한다. 

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설계됐다. 기존 태극 문양에서 탈피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현대성과 간결성을 담고자 했다. 더불어 디지털 환경 최적화, 브랜드 일관성 확보 등의 목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광고에서 이 새로운 로고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될 것이다. 반복된 노출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로고가 없는 대한항공을 상상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디자인은 시간과 함께 완성된다 

“좋은 디자인은 당장 좋은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좋은 것이다.” 

에펠탑 효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디자인의 가치는 첫인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좋은 디자인은 시간의 검증을 거치면서 그 가치가 드러난다. 처음에는 낯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단순히 ‘예쁜 것’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시간을 이해하고, 변화를 설계하며,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다. 

“변화는 언제나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설음이 내일의 친근함이 된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 가진 시간의 마법이다.” 

에펠탑이 그랬듯이, 롯데월드타워가 그랬듯이, 대한항공의 새로운 CI도 시간과 함께 우리 곁에 자리잡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변화에 대한 우리의 첫 반응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만 대한항공의 로고에서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태극문양이 사라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되살릴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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