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잠수함 수주를 위해 ‘적과의 동침’
잇단 계약, 연이은 잭팟… 폴란드가 몰고 온 K-방산 르네상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두 기업이 뜻밖의 동맹을 맺었다. 8조 원 규모의 폴란드 ‘오르카(ORKA)’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 개별 수주를 위해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이들이, 이제는 유럽 방산시장 공략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하나의 팀이 됐다.
전례 없는 협력의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의 방산 블록화, 즉 역내 중심의 방위산업 재편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순히 배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장에서, ‘합쳐야 산다’는 현실적 판단이 두 기업을 하나로 엮었다.
한국 조선의 ‘함정 수출’ 첫 물꼬

폴란드 해군 현대화를 위한 오르카 프로젝트는 3천 톤급 잠수함 3척을 들여오는 8조 원짜리 대형 계약이다.
이 중 건조 비용은 3조 원 수준이며,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포함하면 총사업비가 배로 뛴다.
당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단독으로 폴란드 정부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제출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협업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지만, 방위사업청의 중재와 유럽 시장의 특수성 앞에 양사는 결국 공동 제안을 택했다.

한화오션이 주계약자, HD현대중공업이 프로젝트 지원 역할을 맡는 형태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은 폴란드 군사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잠수함은 6년 이내, 이후 2척은 1년 간격으로 납품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이와 별개로 1억 달러를 투자해 현지 MRO 센터 설립에 나섰다.
이 센터는 장기적으로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수출을 넘어 방산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유럽 방산 블록화 속 ‘K-방산’의 전략

양사의 전격 협력은 단지 폴란드 하나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사에게 EU 전체 시장으로 향하는 교두보다.
EU는 현재 방위·조달 사업에서 역내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유럽산 구매법(Buy European Act)’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업체에게 높은 장벽이지만, 현지 MRO 센터나 공동생산 같은 ‘현지화 전략’으로 문을 열 수 있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의 나우타 조선소를 활용한 미국 해군 MRO 사업까지 계획 중으로, 폴란드에서 시작된 기술 협력이 EU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4조, 그리고 그 너머…폴란드發 ‘K-방산 열풍’

오르카 프로젝트는 결코 일회성 수주가 아니다. 현재 폴란드와 한국 간 방산 수출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만 16조 7000억 원 상당의 계약이 거론되고 있다.
3년 전인 2022년에도 폴란드는 K2 전차 180대, FA-50 전투기 48대, K9 자주포 212문 등 총 17조 원 규모의 무기를 한국에서 구매했다.
이후에도 추가 계약이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현대로템이 K2 전차 2차 계약(8조 7000억 원)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약 부문도 새로운 기회다. 폴란드 국방차관은 최근 “한국을 포함한 6개 업체가 현지 탄약 제조 합작회사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3개월 내 승인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방산은 지상 무기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잠수함, 탄약, MRO 등 해상과 항공 부문으로 수출이 확장되면서, 폴란드가 ‘K-방산 르네상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협력은 단순한 ‘전략적 제휴’가 아니라, 유럽이라는 낯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존 방식이었다.
무기 하나 잘 만든다고 되는 시대는 지났다. 시스템, 생태계, 외교까지 갖춰야 하는 전장의 법칙 속에서 한국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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