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20억 내고 말겠다”… 특단의 대책, 상상 못한 ‘반전 결말’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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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소셜믹스’ 실험, 뜻밖의 반전
공공성과 실리 사이, 서울시의 딜레마
소셜믹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20억 원을 내고 원칙을 어기는 것이 벌금보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조합의 판단은 서울시의 대표 주거 정책 ‘소셜믹스’를 흔들어 놓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재건축 단지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결국 서울시의 정책 기조를 선회하게 만들었다.

서울시가 강조해 온 ‘소셜믹스’는 한 단지 안에서 분양과 임대주택을 섞어 배치해 주거 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오세훈 시장이 직접 강력하게 밀어붙여 온 정책이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한강뷰 가치가 걸린 현장에서는 이상보다 현실이 앞섰다. 그리고 그 갈등의 끝에서, “차라리 20억 내고 말겠다”는 목소리가 서울시를 흔들었다.

반발 확산에 ‘유연한 기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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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소셜믹스’는 2004년 건설교통부의 ‘섞어짓기’ 방침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오세훈 시장은 이를 의무화하며 다시 강조했다.

그는 “주거 박탈감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며, 모든 재건축 단지에 임대와 분양의 동시 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강변 대단지들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자, 조합원들은 “임대주택이 한강뷰를 차지하면 수익이 급감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한강 조망 유무에 따라 같은 평형 아파트도 수억 원씩 시세 차이가 난다.

이런 와중에, 강남 대치동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가 분양과 임대를 분리 추첨하며 소셜믹스 원칙을 어겼고, 서울시는 해당 조합에 감정가의 3.5배, 총 20억 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부과했다.

‘현금기부’가 만든 정책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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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번 사례는 소셜믹스 원칙을 지키는 데 있어 실효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강남 대치동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사례는 2017년 이전 사업인가를 받아, 법적 강제력이 약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서울시는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현금기부채납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이후 제도화를 검토 중”이라며 원칙은 유지하되 유연한 방식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추첨 위반을 강행하다보면 오히려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며, 사업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언급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조합원이 손해 보는 재건축은 안 된다”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일까지 발생하자, 원칙론만으로는 정책을 끌고 갈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공공성과 사업성 사이, 서울시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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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결국 서울시는 갈등이 반복되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라”는 오 시장의 지시와 함께 정책의 방향을 다소 유연하게 바꾸기로 했다. 임대주택 수를 늘리거나, 기부채납 같은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소셜믹스의 핵심인 ‘차별 없는 주거 환경’이라는 철학을 유지하되, 재건축 현실을 감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서울시는 자치구와의 협의를 정례화하고, 분양승인 전 사전 검토 절차를 강화하며 사전 관리에도 나섰다. 또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위반 시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소셜믹스는 ‘주거 정의’를 위한 정책이지만, 이번 사례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공공에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정책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 그것이 지금 서울시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시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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