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퇴직금이 남의 뒷주머니로?”… 당국도 손 놓은 ‘이곳’의 만행에 ‘울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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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 리베이트, 허위 문서, 차명 주식 거래
공제회 임직원들의 탐욕이 퇴직자들의 노후를 노렸다
공제회
사진 = 연합뉴스

“공제회만 믿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근로자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허탈감이 담겨 있었다. 공제회를 믿고 맡긴 근로자들이 모은 기금이 누군가의 사익을 채우는 수단이 된 현실은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다.

더욱 참담한 건 이 모든 일이 정부의 감시망 바깥, ‘사각지대’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임직원이 짠 각본, 공제회 돈으로 부자 되기

공제회
사진 = 감사원

감사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 투자 담당 임원 A씨는 투자 명목으로 2억 6천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했다.

그는 본인 명의가 아닌 차명 회사에 외국 브로커를 통해 돈을 흘려보낸 뒤, 미술품 계약을 위장해 자신과 가족 계좌로 송금받았다.

더군다나 해당 회사는 실체도 없었다. 직원도, 실제 업무도 없던 이 허울뿐인 법인을 통해 공제회 자금을 세탁하듯 옮긴 것이다.

A씨는 더 나아가 공제회 이사장의 명의를 도용해 펀드 등록에 필요한 허위 서류까지 만들어냈고, 자신과 가족의 명의를 이용해 공제회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임직원은 지인의 투자 제안을 받고 이해관계 신고도 없이 거액을 투자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공제회는 주요 투자자의 이탈에도 무리하게 200억 원을 투입했고, 그중 83%인 166억 원이 손실로 돌아왔다.

외면받는 감독, 무방비한 공적 자금

공제회
사진 = 연합뉴스

공제회는 근로자나 교직원, 군인, 소방관 등 특정 직역 종사자들이 만든 상호부조 단체로, 퇴직금이나 복지금, 보험 등으로 되돌려기 위한 기금을 관리·운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관들이 법적으로는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금융감독원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공제회별 주무 부처가 존재하긴 하지만, 감독 전문성이 부족해 제대로 된 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개 공제회 중 다수가 대체투자 자산의 절반 이상을 비공정 방식으로 평가하거나, 임직원의 금융상품 거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등 투자 관리에 허점이 컸다.

이러한 구조적 허점 속에서 일부 임직원은 도덕적 해이와 사익 추구에 빠졌다.

공제회 자금으로 해외 부동산, 후순위 채권 등에 투자한 결과, 한국교직원공제회는 3500만 달러 전액을 손실 처리했으며 건설공제회도 물류센터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허술한 심사와 정보 은폐… 결국 피해는 근로자들 몫

공제회
사진 = 연합뉴스

심사 자체도 형식적이었으며, 임대 수요 검토 없이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거나 임차인의 이탈 가능성을 알고도 심의위에 보고하지 않기도 했다.

투자심의 자료에서는 “위험이 크다”고 기술됐지만, 불과 한 달 뒤 “문제 없다”는 정반대 보고서가 올라오기도 했다.

심지어 군인공제회는 자회사 사업의 무리한 보증을 묵인하며 손실을 키웠고, 경찰공제회를 포함한 7개 공제회는 328명의 임직원 중 154명이 7만 건이 넘는 주식 매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근로자공제회 A씨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하고 파면을 요구했으며, 관련 공제회들에 대해 자산운용 규정 강화와 공정가치 평가 확대 등 후속 조치를 통보했다.

공제회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손실은 되돌릴 수 없다.

공제회 회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쌓아온 기금이 누군가의 뒷주머니로 흘러들어간 지금, 이 사건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제도 전체의 붕괴를 보여주는 경고다.

공제회는 누군가의 생계와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으로, 그 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책임은 막중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이를 감시할 수도, 견제할 수도 없다.

공적 자금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서는 감독 사각지대 해소,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 있는 운용’을 위한 강력한 처벌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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