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선물했는데 “뒤통수 제대로 맞았네”… 끝없이 추락하더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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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줄고 관세는 치솟고
현지 공장 늘렸지만 효과는 미지수
이대로 가다간 미국시장도 내줄 판
현대차
사진 = 연합뉴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무려 31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나란히 선 정의선 회장은 “미국 진출 이래 최대 규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3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현대차는 관세 폭탄을 정면으로 맞았다.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지 공장 가동으로 방어해오던 전략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관세 폭탄에 재고도 끝… 가격 인상 ‘초읽기’

현대차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금껏 ‘비관세 재고’라는 방패를 들고 관세 충격을 버텨왔다. 하지만 이달 중으로 그 재고도 소진된다. 업계에서는 6월 내로 미국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재고는 각각 94일, 62일분이었다. 관세가 본격 발효된 4월 3일 이후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재고는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은 연간 약 6조 원에 이르는 관세 비용이 현대차의 영업이익을 17.5%까지 깎을 것이라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고로 버텼지만, 이젠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몇몇 차종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줄이고 공장 늘렸지만… 효과 ‘의문’

현대차
사진 = 뉴스1

현대차는 수출 비중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관세에 대응해왔다.

실제로 조지아주 신공장(HMGMA)에서는 ‘아이오닉 5’를 본격 생산 중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과연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자동차 수출은 32% 감소했다. 석 달 연속 줄어든 데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 5의 수출 물량은 지난해보다 67% 넘게 줄었고, 울산공장은 생산라인 휴업을 세 차례나 단행했다.

자동차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수출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봤으며, 관세 여파와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까지 겹치면 연간 생산량이 400만 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급격한 인상은 무리”… 차등 전략 모색

현대차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가격을 일괄적으로 높이기보다는 차종별, 시장 반응별로 차등을 둘 방침이다. 급격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로 이어져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고가 차량은 가격 인상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중저가 모델은 가격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무뇨스 사장도 “보급형 모델 가격은 큰 폭으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민심을 의식한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드, 스바루 등 경쟁사들이 이미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비슷한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시장 반응을 살피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수출 줄고, 미국 투자 늘고… 대가는 누가 지불할까

현대차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에 진출한 이래 최대의 투자”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수출은 줄고, 미국 현지 생산은 늘었지만, 그 대가로 국내 생산과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관세로 인해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보다 63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봤으며, 이는 단지 기업의 손익 문제를 넘어서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위협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는 정부의 관세 협상과 함께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 투자한 31조 원이 결국 누구의 손에 남게 될지는, 지금부터의 대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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