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줘도 먹기 힘들었는데”…아빠들 목 빼고 기다리던 ‘단골 안주’, 드디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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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량 늘자 항구엔 웃음꽃
‘금징어’ 오명 벗고 안방 복귀
기후·해류 변화가 만든 ‘기적’
오징어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항구 상인들과 어민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바다를 지켜보던 지난 몇 달, 기적처럼 오징어 떼가 돌아왔다. 사라졌던 안방 단골 안주 ‘오징어’가 수년 만에 제자리를 찾으며 강원 동해안은 활기를 되찾았다.

한때 ‘웃돈 줘도 못 먹는다’는 말까지 나왔던 금징어가 다시 식탁 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반가운 복귀의 배경엔 바다의 변화가 있었다.

바다의 변화, 어민의 희망이 되다

오징어
사진 = 연합뉴스

한동안 실종되다시피 했던 오징어는 기후와 해류가 바뀌자 다시 강원 동해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금어기 해제 이후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던 오징어가 5월 들어 급증하면서 항구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강원특별자치도 자료에 따르면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잡힌 오징어는 135톤이었다.

이는 전주 대비 439% 증가한 수치이며, 이로 인한 어획고도 14억 2천여만 원에 달했다. 강릉 주문진, 동해 묵호, 삼척 정라진 등 주요 항구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어민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마리도 못 잡고 돌아왔는데, 요즘은 배에서 내릴 때마다 수조가 꽉 찬다”며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았다.

속초의 오징어 난전도 오랜 침묵을 깨고 북적이기 시작했고, 사라졌던 오징어 물회가 다시 메뉴판에 등장했다.

‘금징어’가 돌아오다

오징어
사진 = 연합뉴스

그동안 오징어는 너무 귀해져 ‘금징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은 2023년 기준 역대 최저인 1만 3,546톤으로, 2004년 대비 무려 20만 톤 가까이 줄어들며 16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급감한 어획량은 남획과 기후변화의 결과였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해수 온도가 급격히 오르며 오징어 어군이 분산되고 북상해 조업 효율이 떨어졌다”며, “남획도 자원 고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오징어 산지 가격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치솟았고, 도매가격도 올해 3월 기준 1만 9천 원을 넘겼다. 소비자 가격은 정부 할인 정책 덕분에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37% 비쌌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희망적이다. 2025년 6월 현재까지 누적 어획량은 23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했으며 어획고도 30% 이상 늘었다.

이는 단순한 금어기 해제 효과를 넘어 해류 변화, 수온 상승, 중국 어선의 조업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항구에 피어난 오징어 꽃

오징어
사진 = 연합뉴스

오징어 어획이 많았던 시절, 주문진이나 속초 등지는 ‘오징어 성지’로 불렸다. 수족관마다 오징어가 가득하고, 포장마차촌마다 오징어회가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5월 마지막 주, 속초 오징어 난전에는 관광객과 직장인이 뒤섞여 자리를 꽉 채웠다. 한 방문객은 “작년에는 한 마리에 만 원이 넘었는데, 이번엔 여덟천 원에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아직 어획량은 회복 단계에 있고 가격도 불안정하지만, 오징어의 귀환은 강원 동해안 어민들에게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자원 관리와 지속 가능한 조업 방안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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