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도와주세요”… 1, 2위 대기업마저 줄줄이 문 닫자 아빠들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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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무너지면 제조업도 끝”
대기업도 버티지 못한 불황
아빠들은 오늘도 길 위에서 운다
철강
사진 = 연합뉴스

철강 산업의 심장, 포항에서 또 한 번 절망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국내 1, 2위 철강기업이 줄줄이 공장 문을 닫거나 휴업에 들어가면서 지역 사회가 충격에 빠졌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가장들의 발걸음 역시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제철은 경북 포항 2공장의 전면 휴업을 단행했다. 지난해 폐쇄를 시도했다가 노조 반발로 철회했던 바로 그곳이다.

회사 측은 “생산량이 없어 더는 가동이 어렵다”며 노조와 대화를 통해 향후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철강 수요가 급감한 데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가 재개되며 실적은 바닥을 찍고 있다. 현대제철의 1분기까지 연속 영업적자 기록은 그 위기의 깊이를 보여준다.

철강업계, 위기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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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삼각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내 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잇따라 폐쇄했다. 현대제철 역시 기술직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포항 1공장의 중기사업부 매각까지 추진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철광석 가격도 폭락해, 지난 3일 기준 중국산 철광석 가격은 톤당 95.3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로, 2월 중순 최고치 대비 13% 가까이 하락했다.

부동산 침체로 철강 소비가 줄어든 중국은 감산까지 독려하고 있으며, 미국은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무려 50%로 올렸다.

이에 따라 가격 하락 압박은 더욱 거세졌고, 국내 업체들은 조선업체와의 협상에서도 밀리는 상황이다.

지방 경제, 산업 붕괴의 그림자

철강
사진 = 연합뉴스

가장 큰 타격은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대제철이 휴업한 포항 2공장은 수백 명의 기술직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걸고 돌아가던 곳이다.

“또 구조조정이다”는 말이 거리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중년 남성 노동자들이 카페에 모여 하루 종일 구직 공고만 들여다보는 모습도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건 단순한 무역문제가 아니라, 국가 제조업 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철강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 지원 및 LNG발전소 증설 등 실질적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움직여야 산다”

철강
사진 = 연합뉴스

철강업계도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관세 수준은 기업 혼자선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통상 정책과 산업 전략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포항은 지금 무너지는 철강업의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고 있으며, 그 중심엔 ‘아빠’들이 있다. 한 사람의 일자리가 무너졌을 때, 한 가족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이젠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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