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 ‘차등 적용’ 공방 여전…“산업현장 한계” VS “차별 조장”

149
올해 최저임금이 1만30원인 가운데, 지난 1월 1일 서울 소재 한 가게에서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올해 최저임금이 1만30원인 가운데, 지난 1월 1일 서울 소재 한 가게에서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경영계가 업종별 임금 지불 능력의 차이를 근거로 들며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는 등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지난 17일 진행된 제6차 전원회의부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논의됐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규정에 따라 구분 적용이 이뤄진 것은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이 유일하다. 이후 1989년부터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 중이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대한 논의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각각 반대와 찬성으로 첨예하게 나뉘면서 공익위원의 표결이 사실상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쳐왔다.

2023년 최저임금을 논의한 2022년 최저임금위에서는 27명 중 16명이 반대 표를 던졌으며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 15명이 반대함에 따라 구분 적용이 부결됐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영계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경영 현실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업종, 지역 등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노동계는 차등 적용이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과 시사점’에서 하상우 본부장은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최저임금 미만율만 보더라도 업종 간 격차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모든 업종이 어려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지만 현 수준의 최저임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입증된 업종부터라도 구분 적용을 허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업현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업종별로 임금 지불 능력 차이가 크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위원들이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위원들이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미선 부위원장은 제6차 최임위 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미 불공정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자산, 지역, 학벌에 따라 삶의 출발선이 달라진다”며 “게다가 노동자들이 ‘당신은 이 업종이니 덜 받아도 된다’며 또 다른 차별을 강요받는다면 어떤 희망으로 살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이어 “최임위는 헌법정신에 기초해서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차등 적용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불신과 갈등, 분열만 불러올 것”이라며 업종별 차등 적용이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경영계와 노동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업종별 차등지급 문제는 또 다시 표결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르면 이날 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의결한 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지난 3월 31일 발송함에 따라 올해는 오는 29일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물론 이는 일종의 훈시규정일 뿐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90일 이내 기한을 지킨 것은 단 9번뿐이다.

최임위의 제7차 전원회의는 오는 26일 진행을 앞두고 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