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딱 두 나라만 가능하다더니”… 500조 시장 독식할 ‘역대급 찬스’

한국, 두 번째 상업용 원전 해체 진입
고리1호기 해체로 전주기 기술 완성
글로벌 500조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전 세계에서 상업용 대형 원전 해체 경험을 가진 유일한 나라였던 미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가 해체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 원전은 2017년 영구 정지된 이후 8년 만에 해체 승인 절차를 마치고, 해체 산업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됐다.

고리1호기, 해체 절차 본격 돌입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1호기는 설계용량 595메가와트(㎿e)의 가압경수로(PWR) 방식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한 설비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007년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으나 2017년 6월을 끝으로 운영이 종료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6일 고리1호기 해체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향후 12년에 걸쳐 해체를 진행하고 2037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체는 ▲해체 준비 ▲주요 설비 제거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 등 단계로 진행된다.

내달부터는 비방사선 구역 내 복수탈염 설비, 옥외탱크 등의 철거 작업이 시작되며 약 30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후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고, 2035년에는 본격적인 부지 복원에 들어간다. 최종 해체는 2037년 완료를 목표로 한다.

원안위는 “첫 상업용 해체 사례인 만큼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며, 반기마다 해체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안전성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두 번째 상업용 해체… 기술력 입증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대형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독일, 일본,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연구용 또는 실증로 수준의 해체 경험에 그쳤다.

이번 고리1호기 해체는 한국이 대형 상업용 원전 해체 기술을 직접 확보한 첫 사례로, 국제 신뢰도와 기술력 모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해체를 통해 한국은 원전 설계, 건설, 운영을 넘어 해체 기술까지 보유한 국가로서 원전 전주기 기술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58종의 상업용 해체 기술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38종의 기반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구조물 진단, 방사성 물질 제거, 폐기물 처리 등 모든 핵심 분야를 자체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장에는 자율비행 드론, 4족 보행 로봇, 3D 센서 등의 기술도 적용되어 안전성과 작업 효율을 높이고 있다.

500조 원 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하다.

이처럼 해체 수요는 많지만 수행 경험과 기술을 가진 국가는 극소수다. 고리1호기 해체 성공 시 한국은 상업용 원전 해체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등지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수원은 이미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며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슬로바키아 등 해외 원전 해체 전문 기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도 총 96개의 해체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 중 38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58개는 한수원이 개발했으며 월성1호기 해체를 위한 기술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고리1호기 해체 착수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원전 기술 주권과 산업 생태계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까지 내포한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한국은 이로써 원전 전주기 기술 역량을 입증하게 되었으며, 세계적인 원전 해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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