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고르며 싸게 산다지만
전문성 무너질까 우려 커져
약사사회 “유통질서 뒤흔든다”

마치 마트에서 쇼핑하듯 약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대에서 복약 상담을 받는다. 한국에서 보기 힘들던 ‘창고형 약국’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편리한 구매 방식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이 약국은 개점 초기부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반면 약사 사회에서는 복약지도와 약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약도 ‘셀프 구매’ 시대… 소비자 만족은 ↑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지구에 문을 열었다. 시청과 차로 10분 거리인데다 분당·판교신도시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개점 초기부터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약 460제곱미터 규모로 일반적인 약국보다 훨씬 크다. 고객들은 쇼핑카트를 끌며 2500종 이상의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까지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매대에는 해열제부터 영양제까지 효능별로 진열돼 있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40대 남성은 “필요한 약을 직접 찾아 고를 수 있어 편리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 30대 직장인도 “일본의 드럭스토어처럼 필요한 약을 알아서 고르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며 “시중보다 저렴해 감기약과 비타민을 여러 개 구매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약국에는 약사들이 상주하며 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 약의 효능과 복용법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기존처럼 약사가 먼저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먼저 제품을 선택한 후 약사와 상담하는 방식이다.
약사 사회는 ‘경고등’… “복약지도 무너진다”

그러나 약사 업계는 이 같은 변화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 한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이 박리다매 방식을 채택한 만큼 제대로 된 복약지도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무분별한 구매로 이어져 약물 오남용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한 현직 약사 역시 “약은 마음대로 쇼핑하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환자의 복약 이력과 건강 상태에 따라 약을 조절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도 공식 입장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영희 회장은 “약국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부정하고 약사의 직업윤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무분별한 할인 판매는 약 유통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며, 약사의 중재와 복약지도가 빠진 구조는 오남용과 부작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변화의 갈림길에 선 약국… 과연 미래는?

창고형 약국 측은 “시대 변화에 따라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권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정두선 대표 약사는 “다른 약국처럼 약사들의 상담과 지도를 거쳐 판매하고 있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유효기간 등에 민감해 과도하게 약을 사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의 운영 방식이 기존 약국 체계를 흔들 수 있다며 제도적 대응을 예고했다.
창고형 약국이 가져온 변화는 약국 유통 환경 전반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와 약사 전문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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