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청정국도 이제 끝”…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

369
미국의 압박, 수입 규제 무너질까
농업계·소비자 반발 거세지는 분위기
식탁 안전과 통상 전략 기로에
광우병
사진 =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지켜온 ‘광우병 청정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를 요구하면서, 다시 한 번 소고기 시장 개방 여부가 정치적·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 건강과 농업 보호 사이에서 정부의 결정이 주목받고 있다.

다시 불거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문제

광우병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제한 해제를 명확히 요구했다.

이와 함께 쌀 시장 개방,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과일류 검역 간소화 등도 함께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7월 9일로 예정된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적용을 8월 1일까지 유예하며, 그 전제 조건으로 비관세 장벽 철폐를 들었다.

이 가운데 ‘30개월령 이상 소 수입’은 국민 정서와 농업계 이해가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대표적 민감 사안이다. 정부 역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수입량 1위 한국, 왜 추가 개방 요구받나

광우병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 이미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수입량은 21만 4600여 톤으로, 전체 소고기 수입의 44%를 차지했다. 수입 금액 기준으로도 22억 2000만 달러로 세계 1위다.

그런데도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수입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배경에는 중국, 중남미 등 주요 시장에서의 수출 부진이 있다.

특히 중국은 무역 갈등으로 미국산 소고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수입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대체 시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전미육류수출협회는 “한국 시장 확대는 미국 농축산업에 필수적”이라며,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이 허용될 경우 1억 7500만 달러의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광우병 우려 여전… 농업계 반발 거세져

광우병
사진 = 연합뉴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당시, 30개월 이상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이후 한국은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고, 광우병 위험 부위는 여전히 수입 금지 대상이다.

현재 한국은 광우병 청정국 지위를 유지 중이며, 공식적인 인간 광우병 감염 사례도 없다. 그러나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소 수입을 허용할 경우, 소비자 불안과 국내산 한우 소비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일부 농산물 수입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자,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즉각 시작됐다.

전국한우협회는 “농축산업을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이 추진될 경우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농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협상은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에 미국의 압박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 “전략적 판단 필요”…최종 결정 주목

광우병
사진 = 연합뉴스

정부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민감한 항목은 지키되 전체 통상 협상의 큰 틀 안에서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에 대한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교환 카드로 농산물 시장 일부를 개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기류에 대해 농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정치권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우협회와 농업 관련 단체들은 오는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철폐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국민 건강과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 아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한국의 수출산업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실시간 인기기사

+1
0
+1
0
+1
0
+1
0
+1
0

경제 랭킹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