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꼬박꼬박 냈는데 “받을 돈은 0원?”… 국민연금 DC형 전환, 재정 안정성 vs 노후 보장성

334
“낸 돈만 돌려받는 구조” 논란
기금 고갈 피하려다 ‘노후 불안’ 키우나
2,700조 전환 비용에 전문가들 경고
국민연금
사진 = 연합뉴스

국민연금의 ‘확정기여형(DC)’ 방식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일부 가입자들 사이에서 불만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각자 낸 금액과 수익률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지는 DC형은, 정부가 내세우는 ‘재정 안정성’과는 달리 노후 보장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미 해외에서 실패한 제도로 평가된 만큼, 우리나라가 굳이 이 방식을 검토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 돈은 내 책임”… DC방식, 대체 뭐길래

국민연금
사진 = 연합뉴스

현행 국민연금은 ‘확정급여형(DB)’ 방식이다. 가입 기간과 납입 보험료, 평균 소득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연금이 지급된다.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고, 일정 수준의 노후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DC형은 낸 보험료와 투자를 통한 운용 수익만큼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재정 안정성은 높지만, 개인별 결과 차가 크고 노후 소득 보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연금 재정 고갈 우려를 줄이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 외에 제도 자체를 바꾸는 구조 개편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낮아지는 보장성과 세대 갈등 우려

국민연금
사진 = 연합뉴스

DC형 전환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노후 보장 기능 약화다. 투자 수익에 따라 연금이 달라지므로, 저소득층이나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은 충분한 연금을 받기 어렵다.

또한 세대 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기존 DB형 체계에 오래 가입한 세대는 혜택을 보지만, DC형으로 전환되는 시점 이후에 가입하는 청년층은 불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과 사회적 연대 개념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별 계좌 운영 방식으로 전환되면 사실상 민영화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서 실패했는데… 왜 다시 꺼내나

국민연금
사진 = 연합뉴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DC 방식 전환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칠레를 시작으로 여러 국가들은 DC형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막대한 전환 비용과 불안정한 노후 보장 문제에 직면한 뒤 대부분 다시 공적연금 체계로 복귀했다.

전환 당시 기존 수급자에게는 계속 연금을 지급하면서 신규 가입자는 개인 계좌로 전환해야 해 재정 부담이 컸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보험료 절반 이상이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연금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며 많은 은퇴자들이 생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스웨덴의 경우, DB와 DC의 절충형인 ‘명목확정기여(NDC)’ 제도를 도입했지만 연금액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구조로 인해 노인 빈곤율이 크게 상승했다. 결국 스웨덴 정부는 별도의 세금을 투입해 최저소득 보장 제도를 마련해야 했다.

전환보다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

국민연금
사진 = 연합뉴스

보고서는 한국이 DC형으로 전환할 경우 약 2천727조 원의 전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DB형을 유지하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 개혁’을 중심으로 제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급격한 구조 전환보다 기존 틀 안에서의 내실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단순한 재정 논리를 넘어, 국민의 노후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정책이다. 성급한 방향 전환보다는 실효성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실시간 인기기사

+1
0
+1
0
+1
0
+1
0
+1
0

경제 랭킹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