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1624억 몽땅 중국으로” … 전기버스 43.8% 중국산, 이재명 “국내기업 타격” 강력 질책

326
경기도·인천서 10대 중 6대는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 1624억, 중국으로 흘러
잇따른 고장·사고에 승객 불안 커져
버스
버스 / 출처 : 연합뉴스

전국 지자체가 도입한 전기버스 중 상당수가 중국산이었고, 여기에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 보조금 1624억 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 국무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산 전기버스에 보조금이 집중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관련 부처를 강하게 질책했다.

16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제25회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보조금 정책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정부가 문제를 인지하고도 수년간 조정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환경부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조정했다. 이는 국산 전기버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조금 체계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보조금 1624억, 몽땅 중국으로

버스
전기버스 / 출처 :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3년간 구매한 전기버스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 보급된 전기버스 8505대 중 43.8%에 해당하는 3722대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인천(65.2%), 경기도(61.5%)였으며, 서울과 강원도도 40~50% 수준이었다. 특히 경기도는 같은 기간 중국산 전기버스 2300대를 도입해, 전국 도입량의 61.5%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 지자체가 지급한 전기버스 구입 보조금 4414억원 중 1624억원이 중국산 차량에 쓰였다. 경기도는 총 보조금 중 절반 이상을 중국산에, 인천은 전체 보조금의 63.3%를 중국산 구매에 투입했다.

지자체가 중국산 전기버스를 선택한 이유로는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공격적인 사후 서비스 등이 꼽힌다. 한 시청 관계자는 “고장 시 중국 업체는 차고지까지 직접 와서 수리를 진행해 운수업체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결함 사고… 품질 검증 허술

버스
전기버스 사고 /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중국산 전기버스에서 시동 꺼짐, 제동 불능, 배터리 결함 등 다양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중국산 전기버스는 신차 출고 10일도 지나지 않아 시동 꺼짐 문제가 발생했고, 오르막길에서 정차 중 뒤로 미끄러지는 사고도 있었다. 브레이크나 핸들 작동 불량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보고됐다.

배터리 관련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성능이 저하되거나, 내구성이 떨어져 2년도 채 되지 않아 교체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제조사는 배터리 구조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이처럼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국내에서는 제품에 대한 실질적 품질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인증 방식으로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구조여서, 결함 여부는 실제 사고가 난 이후에야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국산 기업 위축… 구조적 대책 시급

버스
전기버스 / 출처 : 연합뉴스

중국산 전기버스의 확산으로 국내 제조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실제로 대우버스는 한국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한 바 있으며,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운수업체에 국산 차량 도입을 유도하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외국산 전기차에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오히려 중국산에 보조금을 지급해 역차별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소희 의원은 “탄소중립 실현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산 수소버스 보급 확대와 관련 인프라 투자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버스 확대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안전성을 확보한 국내 산업 기반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시간 인기기사

+1
0
+1
0
+1
0
+1
0
+1
0

경제 랭킹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