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일제히 중국산 철강에 관세
갈 곳 잃은 철강, 한국으로 몰린다
국내 철강산업, 반사이익보다 피해 더 커

중국산 철강을 막기 위한 각국의 조치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뜻밖에도 한국 철강업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 베트남, 인도, 캐나다 등 각국은 저가 중국산 철강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오히려 한국 철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철강이 우회 수출 경로를 통해 한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출과 위장 수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실제 일부 제품은 한국 시장에 유입된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세계가 막은 중국산 철강, 한국으로 쏟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시작된 철강 관세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캐나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외국산 철강에 대해 50%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베트남은 중국 바오산강철 제품에 27.8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아연도금강판에는 최대 37.13%의 임시 관세도 적용됐다.
EU, 인도, 말레이시아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주요 수출 경로가 차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접국인 한국이 새로운 우회 수출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중국산 철강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2월과 6월 각각 후판과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형식적인 조치만으로는 실제 유입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관세를 피하려 컬러강판 등으로 위장 수입하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우회 유입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중국의 철강 ‘우회 전략’, 한국 시장 노린다

중국은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빌릿(철강 반제품)을 제3국에 수출한 뒤, 현지에서 가공해 최종 목적지로 수출하는 구조다. 이 경우 최종 제품은 ‘중국산’이 아닌 제3국산으로 분류돼 관세를 피해간다.
또한 원산지 표시를 변경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을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에서 절단·가공해 ‘현지 생산품’으로 둔갑시킨 뒤, 미국이나 한국 등으로 수출하는 식이다.
일부 업체는 세금 환급만 노리고 실질적인 수출 없이 가짜 수출 신고를 하거나, 허위 가격 신고를 통해 탈세형 수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 같은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은 원산지를 철강이 녹고 부어지는 단계까지 추적하는 ‘melted and poured’ 기준을 적용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반사이익보다 더 큰 피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철강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강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을 파고들며 가격 경쟁이 심화됐고, 그 결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7.3%, 83.3%나 줄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강 생산량은 2019년 7141만 톤에서 지난해 6668만 톤으로 줄었다. 일부 중소 철강업체는 공장 가동률이 20% 이하로 떨어졌고, 일부는 폐업 위기에 놓였다.
중국산 철강 수입량도 급증세다. 지난해 기준 873만 톤으로 전년 대비 29%나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이 가격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가격을 따라가지 않으면 물량을 뺏기고, 따라가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반덤핑 관세와 조사 확대 등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우회 전략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일부 수요 산업은 철강값 하락의 단기적 이익을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철강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기반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철강 전쟁,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한국 철강산업은 지금 구조적인 위기 속에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 가격 왜곡, 저가 공세는 기업 실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으며, 중소업체와 노동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관세와 제도적 규제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통제를 위해서는 수입 통관 감시 강화, 원산지 규정 보완, 기업 간 협업 강화 등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단기 대응만으로는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공급망 안정 전략이 함께 추진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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