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침체 끝났다” 호실적이 가리킨 회복 신호
![[사진=셔텨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511_44189_4655.jpg)
“들어오세요, 물은 따뜻합니다.” 이번 실적 시즌을 두고 월가의 한 톱 애널리스트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3년간 공식 GDP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은 ‘숨은 침체’가 민간 부문 전반을 훑고 지나갔고, 이제는 ‘순환식 회복(rolling recovery)’ 국면이 시작됐다는 것. 3분기 실적이 그 논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거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 주식전략가 팀은 팬데믹과 그 후유증 기간 내내 미국 민간 부문의 상당 부분이 ‘롤링 리세션(순환식 침체)’을 겪었다고 본다. 채용 둔화·인력 감축, 이익과 심리 악화를 동반했지만 헤드라인 GDP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보고서에 “민간 부문의 다수가 몇 년간 채용을 멈추거나 감원해 왔기 때문에 추가 둔화에 과잉 반응할 필요가 줄어든 상태”라고 적었다.
이번 실적 시즌의 두드러진 특징은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이 역사적 평균의 두 배를 넘고, 중간값 기준 이익 증가율이 2021년 이후 가장 빠르다는 점이다. S&P500의 합산 매출 서프라이즈는 2.3%로, 평시(1.1%)를 크게 웃돌았다. 윌슨은 이를 “가장 긴 이익 침체 중 하나가 끝났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이 흐름이 2026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윌슨은 경기 사이클이 지난 4월에 조용히 ‘리셋’됐다고 본다. 같은 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주의 관세’를 발표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있었지만, 그는 이를 직접 연결짓지는 않았다.
다만 4월을 기점으로 설문과 기업 가이던스가 반등했고, 자신의 ‘선호 지표’인 실적 전망치(이닝스 리비전)가 V자 반등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러셀 3000 구성 종목의 중간값 이익 증가율은 3분기 11%로, 직전 분기 6%, 2025년 초 2%에서 가파르게 올랐다.
기업 비용 구조는 한층 가벼워졌다. 침체 국면에서 인건비 증가율이 눈에 띄게 내려오며 수익성과의 정합성이 회복됐다는 설명이다. “탑라인(매출)과 가격 결정력에 조금만 힘이 실려도 레버리지 효과가 훨씬 크게 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소기업 조사에서도 몇 년 만에 가격 결정력의 안정 조짐이 확인됐다. 물론 연준의 머뭇거림, 관세, 자금조달 스트레스 같은 위험은 남아 있지만, 다수 지표는 수축이 아닌 재확대를 가리킨다는 평가다.
노동자의 체감은 더 가혹했다. ‘대퇴사(Great Resignation)’는 ‘대평탄화(Great Flattening)’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는 ‘직장 붙들기(job hugging)’로 바뀌었다. Z세대 실업률은 전국 평균의 두 배 안팎으로, ‘적게 뽑고 쉽게 자르지 않는’ 기업의 채용 기조를 바꾸기 위해 더 치열한 설득이 필요한 형국이다.
윌슨은 시장이 컨센서스보다 먼저 이 ‘조용한 회복’을 반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동행, 상승 종목의 저변 확대는 성장 유지 혹은 재가속 기대를 시사한다.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낮아지고 10월 미·중 회담 이후 무역 긴장 완화 조짐이 나온 가운데서도, S&P500의 주당이익(EPS)은 2026년까지 견조한 증가가 예상되고, 초기 회복을 이끌었던 ‘매그니피센트 7’을 넘어 리더십이 넓어지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이제 미국 경제의 서사는 침체에서 가속 잠재력으로 바뀌었다. 탄탄해진 이익, 가벼워진 비용 구조, 기업 심리와 투자 개선이 맞물리며 인수합병과 설비투자의 회복까지 전망에 들어왔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