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벤터스 ‘최대 수혜’… 메디아이플러스, 임상시험 AI로 실리콘밸리 홀렸다
지난 6월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CJ GLO!VentUs(Global+Venture+Us·이하 글로벤터스) 선발 8개 기업은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왔다. CJ인베스트먼트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주관한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 9월 성과공유회를 기점으로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기업들은 이제부터가 본격전이다. 12월 현재 대부분 기업이 미국에서 현지 투자자들과 거친 씨름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이머전 위크에서 정지희 메디아이플러스 대표가 Laurent Rains 알케미스트 프로그램 디렉터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메디아이플러스]](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836_44566_189.jpg)
메디아이플러스는 이번 글로벤터스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기업이다.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 정보 통합 플랫폼’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은 국가별 규제가 상이하고 다국가 협업이 필요해 국제 네트워크와 해외시장 경험이 필수이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이머전 위크(Immersion Week)에서 메디아이플러스가 받은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글로벤터스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실리콘밸리 현지 액셀러레이터 알케미스트(Alchemist)가 직접 투자 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물론 이는 메디아이플러스가 현장에서 그만큼의 가치를 입증했기에 가능했다. 포춘코리아가 정지희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을 짚어봤다.
Q.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정을 소화했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요.
초 단위까지 쪼개가며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해외 비즈니스 개발 담당자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실험했죠. 극한의 실험이었고, ‘이렇게 힘들어도 되나’라는 구성원들 불만도 터져 나왔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래서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혁신이 나올 수 있었구나’라고들 생각했습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일정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카르타(Carta, Inc‧스타트업 지분&주주관리 미국 플랫폼 회사)를 방문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전에도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알케미스트랑 함께해서인지 정말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금주 세일즈 실적을 관리하는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고 이는 과거와는 아주 다른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이어진 세일즈 리드와의 1시간가량 대담은 여러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저희가 다른 AI사업 모델 대비 고객 유치와 전환이 오래 걸린다고 하니까, 단번에 “혹시 너네 Life Science(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전반을 지칭) 기업이냐”고 묻더라고요. 소름이 돋았죠. 그래서 맞다고 하니까, “B2B 세일즈 중에서도 매우 힘든 영역”이라며 여러 생생하면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머무는 시간 1분 1초가 모두 감동의 순간이었어요.
Q. 메디아이플러스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몇 년간 꾸준히 구축해 온 임상시험 데이터 인텔리전스 가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쪽 생태계에서도 우리 서비스는 매우 매력적이니까요.
이는 경험적으로 확신합니다. 저는 약학 전공 후 글로벌 제약사에 입사해 정말 운이 좋게도 ‘신약이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고 사업화하는 전 과정’을 경험했어요.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면서도 비효율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약 허가받기 전 업무였어요. 하루에도 수십~수백 건의 논문과 학술자료를 직접 수집‧정리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업무를 반복해야 했죠. ‘이 과정이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어야 하는지’ 매번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 임상시험 데이터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이전보다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데이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확인했죠.
저는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더 많은 연구자가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좀 더 고도화한 서비스면 더욱 좋고요. 당시 제가 써본 서비스는 ‘일부 기술’을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이는 메디아이플러스 창업의 배경이 됐죠.
저희 서비스는 제 풍부한 경험을 통해 기술적 고도화는 물론 현장 니즈도 병행 반영했습니다. 임상시험 관계자라면 누구나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이번 이머전 위크에서도 관심이 많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숫자로 보는 메디아이플러스. [출처=메디아이플러스]](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836_44562_1026.png)
Q. 어느 분야든 관련 학술 데이터 검색 공간이 있지 않나요? 임상시험 분야 데이터는 특수한 걸까요?
임상시험 데이터는 모으는 것에 더해 ‘정제’가 아주 중요합니다. 핀테크에서 AI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건 카드나 은행 데이터들이 정제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의료 데이터는 비정형이어서 이를 정제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단순히 모아놓기만 해서는 큰 의미가 없어요.
이와 관련해, 의료 AI 분야에 떠도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재 개발자와 슈퍼컴퓨터, 정제된 데이터 가운데 1개만 고를 수 있다면 무얼 고르겠냐”고 물으면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정제된 데이터’를 고른다는 거예요. 그만큼 정제된 데이터 니즈가 높다는 걸 의미하죠.
이해하기 쉽게 설명드리면, 의약품은 그 이름만 하더라도 혼선이 많습니다. (후보) 물질상태일 때는 코드로 쓰이다가 이후엔 성분명을 쓰고 상업화 시에는 또 바뀐 이름을 쓰죠. 의약품이 출시되는 국가에 따라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하고요. 여기에 더해 규제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때도 있어 기관별 명칭도 구분해야 합니다. 매핑(Mapping) 작업이 된 뒤라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는 말이죠.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임상시험수탁기관) 관련 서비스는 이보다 더 미세한 영역에서도 차이가 있어 데이터 사용자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의학적 정의는 물론이거니와 서비스 정의도 다른 경우가 많아 저희가 파트너 미팅을 통해, 또 고객 피드백과 내부 평가 기준을 반영해 데이터를 정제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메디아이플러스는 74만 건의 글로벌 임상시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MOU와 NDA(Non-Disclosure Agreement‧비밀유지계약)를 통한 직접 수집과 웹사이트 크롤링, 오픈데이터, 고객 제공, 유료 구매 등 다양한 경로로 데이터를 확보 중이죠. 매일 글로벌 데이터가 신규로 쌓이고 있어요.
Q. 정제된 임상시험 정보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어떻게 수익화하시는가요?
현재 ‘CRO 매칭 수수료’와 ‘데이터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수익모델을 위해 2가지 솔루션을 제공해요. CRO를 최적 매칭하는 ‘FiCRO’와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 및 최적화하는 ‘MediC’입니다.
FiCRO는 고객사로부터 임상시험 목적과 일정, 적응증, 견적 등을 의뢰받아 등록된 2.9만 개 CRO 가운데 최적 파트너를 매칭케 합니다. ‘적합한 CRO 찾기’는 임상시험 의뢰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핏에 맞는 곳을 찾아도 CDA(Confidential Disclosure Agreement‧기밀공유계약)를 맺는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보통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려요.
그러나 FiCRO는 RFP(Request for Proposal) 기반 매칭 방식을 사용해 이 시간을 단축합니다. 고객사 요구 조건을 입력하면, 플랫폼이 약 20개 항목 평가 지표를 활용해 자동으로 스코어링 및 필터링을 수행, 알맞은 3~5개 CRO를 선별해요. 저희가 CRO들과 CDA를 미리 맺어두었기에 남은 절차도 확 줄어들죠. 전체 시간이 약 87% 단축됩니다.
MediC는 AI가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화해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합니다. 고객사에서 데이터 리포트를 요청하면 맞춤형 또는 전략형 리포트를 제공해요. 또 고객사에 필요한 임상시험 정보 구독 서비스도 제공하죠. 이 판매료와 구독료가 수입으로 잡힙니다.
Q. 올해 초 제출한 IR자료에서 2025년 매출 목표치로 20.85억 원을 제시하셨습니다. 한 해가 끝나가는 현재,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셨습니까?
계약서 기준인지 입금 기준인지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재무제표 기준인 법인통장 입금 기준으로 하면 올 연말에 목표를 달성할 예정이고요, 계약서 기준이라면 초과 달성한 상태예요. 매출 비중은 FiCRO의 CRO 매칭 부문이 70%, MediC의 데이터 판매 부문이 30%인데, (데이터 구독형 서비스 성장세를 고려하면) 향후 데이터 판매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여러모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소감 부탁드립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그간 부정적인 시선이 너무 많았어요. 글로벌 진출 계획에 대해선 특히 더 그랬죠.
하지만 이번 글로벤터스 프로그램을 통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이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CJ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알케미스트에 다시 한번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창업자님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CJ인베스트먼트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운영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인 알케미스트(Alchemist)와 협력해 8주간의 시장 진출 교육과, 샌프란시스코 현지 이머전 위크(Immersion Week)를 통한 투자자 피칭 및 파트너 미팅을 지원했다. 경기센터는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글로벌 거점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