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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로스 인수전이 글로벌 ‘권력 게임’으로 번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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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 출신인 자레드 쿠슈너가 현대 할리우드 최대 인수전 한가운데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파라마운트(Paramount)가 최근 전격 발표한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1080억 달러 적대적 인수 제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쿠슈너가 100%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Affinity Partners)’가 외부 재무 파트너 4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3곳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아부다비, 카타르의 국부펀드다.

관련 내용은 파라마운트의 공개 매수 제안서 안쪽에 숨어 있었다. 이들은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의결권이 없는 지분만 보유하고, 이사회 의석 등 지배구조 권한은 모두 포기하는 조건이다.

파일링에는 또 이들 투자자가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거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WBD 이사회가 외국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넷플릭스(Netlix)의 제안을 택한 배경에 CFIUS라는 불투명하면서도 강력한 ‘안보·경쟁 당국’ 리스크를 피하고자 한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왔던 지점이다.

파라마운트와 넷플릭스 모두 향후 추가 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라마운트 CEO 데이비드 엘리슨은 CNBC 인터뷰에서 워너브라더스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에게 “30달러는 최선·최종 제안이 아니다”고 전했다며, 인수 가격 인상 여지를 열어뒀다.

쿠슈너의 이름이 여기에서 다시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백악관을 떠난 이후 그는 중동 자금을 바탕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았고, 같은 지역 자본이 들어간 대형 비상장 거래에 연달아 참여해 왔다. 지난 9월에는 실버레이크(Silver Lake), 사우디 PIF와 함께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550억 달러에 비상장화하는 ‘역대 최대’ 사모펀드 딜에도 뛰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쿠슈너는 EA 인수 논의가 본격화되던 시점에 실버레이크와 PIF 수뇌부를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이 거래에서 실버레이크·PIF와 함께 약 5% 지분을 가져갔다. 글로벌 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초대형 바이아웃 딜에 쿠슈너의 펀드가 전면 등장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번 파라마운트 인수 자금 조달에도 같은 걸프 투자자가 다시 등장했다.

쿠슈너는 금융 영역뿐 아니라 중동 정치 외교 무대에서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 간 수교를 이끈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 실무를 맡았던 그는, 최근 이스라엘-가자 분쟁의 평화 중재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는 비전2030을 앞세워 서방 자본과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바클레이즈가 지난해 10월 포춘 글로벌 포럼이 열린 리야드에서 중동 지역 본부 이전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같은 포럼에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비전2030이 출범한 지 9년이 지난 지금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토대 자체가 우리 눈앞에서 다시 쓰이고 있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딜은 주말 사이 정치적 색채까지 짙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의 WBD 스튜디오·스트리밍 부문 인수 계약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두 회사의 결합된 시장지배력을 볼 때 이 거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심사 과정에 자신이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딜 발표 직전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서랜도스가 거래 성사에 관한 어떤 보장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의 루커스 쇼는 자신의 엔터테인먼트 뉴스레터에서, 서랜도스가 작년 11월 마러라고(플로리다 트럼프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구애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는 서랜도스에 대해 “넷플릭스를 위대한 회사로 키운 ‘환상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좋은 관계임을 시사했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애널리스트 콜에서 720억 달러 규모(부채 인수 포함 약 830억 달러)의 WBD 인수 딜이 규제 당국 문턱을 넘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치적 이해관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파라마운트는 최근 데이비드 엘리슨에게 넘어갔다. 그는 트럼프가 틱톡 미국 사업 지분을 맡기고 싶다며 직접 지목한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오라클 창업자·공화당 거물 후원자)의 아들이다. (블룸버그 쇼는 엘리슨 인수 전, 서랜도스가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인수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전한 바 있다.)

반면 넷플릭스 쪽은 민주당 색채가 강하다. 서랜도스의 부인 니콜 어반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바하마 대사를 지냈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오랜 민주당 주요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비상근 이사회 의장 역할만 맡고 있고, 2023년 포춘이 조명한 뒤 인수한 유타 파우더마운틴 리조트 운영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인수 제안이 넷플릭스보다 규제 리스크가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공시에서 넷플릭스의 WBD 인수가 상당한 기간의 반독점 심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자금이 들어간 자신의 거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의결권 구조로 짜 CFIUS 심사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파라마운트에 대한 태도는 미묘하다.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인수 제안이 발표된 지 20분도 안 돼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CBS ‘60 Minutes’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파라마운트 산하 CBS가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을 다룬 ‘60 Minutes’ 에피소드를 방송한 것을 두고 “예전 주인과 다를 바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쓴 것이다.

파라마운트는 2024년 대선 국면에서 ‘60 Minutes’ 보도와 관련해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을 2025년 7월 1600만 달러를 지급하는 합의로 마무리한 뒤, 엘리슨 인수가 규제 문턱을 넘었다.

같은 날 래리 엘리슨은 CNBC 인터뷰에서 WBD 인수 건과 관련해 트럼프와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경제자유프로젝트(American Economic Liberties Project)의 니디 헤그 전무는 엘리슨 발언 직후 X에 “정답은 파라마운트도, 넷플릭스도 워너를 사지 않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이 특정 딜에 직접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글 Eva Roytburg,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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