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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WBD 사나?” 넷플릭스가 주가 폭락에도 딜 강행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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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넷플릭스 공동 CEO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는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 인수 추진 사실이 공개되자마자 언론과 시장의 정면 질문을 받았다. 인수가격은 주당 27.75달러.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주당 30달러, 회사 전체 인수안보다 낮은 조건이었지만 WBD 이사회는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피터스가 CNBC 「스쿼크 박스(Squawk Box)」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 데이비드 페이버는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졌다. “왜 이 딜을 하려는 겁니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10월 중순 5000억 달러를 웃돌던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인수전이 본격화한 이후 주당 124달러에서 약 95달러로 밀렸다. 시가총액도 437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투자자들은 매도로 우려를 표현했다.

페이버는 투자자들이 넷플릭스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걱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형 스튜디오 인수는 넷플릭스가 스스로의 유기적 성장에 한계를 느낀 신호로 해석될 수 있고, 통합 과정에서 장기적인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이 정도 규모의 인수합병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과거 피터스 본인이 “이 규모의 미디어 합병은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한 전력도 다시 소환됐다.

피터스는 이런 회의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이번 인수를 방어적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진화로 규정했다. “우리는 이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해왔고, 그것을 학습하며 성장해온 회사입니다. 유기적 성장을 선호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 기회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규율 있게 입찰하지 않는 게 오히려 무책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로스게이토스에 근무하는 피터스는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와 이 사안을 두고 의견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선을 그었다. “없다”는 답이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모델링과 수치 분석이 결론을 대신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WBD를 사들이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피터스는 이를 일축했다. HBO를 죽이거나 경쟁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HBO 맥스 가입자의 75% 이상이 이미 넷플릭스 구독자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복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더 정교한 구독 구조를 설계할 기회라는 설명이다.

이번 인수가 가져오는 자산의 성격도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갖지 못했던 극장 영화 사업과 세계적 수준의 TV 스튜디오를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부담이 아니라 자산으로 본다”며 워너브라더스의 극장 개봉 관행도 업계 표준에 맞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 역시 파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같은 메시지를 냈다. 그는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더라도 전통적인 극장 개봉 기간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과거 극장 배급 모델을 ‘구식’이라고 비판해왔던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서랜도스는 그 이유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은 우리가 극장 배급망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0년 남짓한 넷플릭스의 라이브러리와 달리, 100년 역사를 지닌 워너브라더스가 가진 노하우의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WBD 이사회 의장 새뮤얼 디 피아자 주니어는 왜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 컨소시엄 대신 넷플릭스를 택했는지 설명했다. 핵심은 세 가지였다. 현금 비중이 높은 제안, 거래 종결 가능성, 그리고 재무 구조의 신뢰도다. 래리 엘리슨이 지원하는 파라마운트의 자금 조달 약속보다,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하는 넷플릭스의 재무제표가 훨씬 확실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딜을 끝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규제다. 워싱턴과 브뤼셀의 심사는 최소 12~1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피터스는 합병 이후에도 TV 시청 점유율 기준으로는 유튜브나 디즈니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독과점 우려를 반박했다. 동시에 지난 4년간 미국에서 1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수치를 내세웠다. 전통 스튜디오를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전환하고 노조 일자리를 보호하는 선택이라는, 일종의 ‘경제적 애국주의’ 논리다.

넷플릭스의 질문은 이제 하나로 압축된다. 이 딜이 성장의 가속페달이 될지, 아니면 멀티플을 깎아먹는 부담으로 남을지다. 시장은 아직 답을 주지 않았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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