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실리콘밸리는 샴페인, 대중은 불안…AI 둘러싼 온도차

FORTUNE Korea 조회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AI를 둘러싼 대중의 회의론에 익숙한 짜증이 다시 고개를 든다. 업계 바깥 사람들은 업계 안쪽에서 보기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속도로 AI가 눈에 띄게 진전하는데도 그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대신 비판론자와 일상 사용자들은 AI 발전이 멈췄다고 믿거나, AI를 그저 끝없이 데이터를 먹어 치우고 베껴 쓰며 쓸모없는 ‘슬롭(slop)’을 뿜어내는 기계로 여긴다는 것이다.

AI 낙관론자들은 이런 시각이 크게 빗나갔다고 말한다. AI의 진전은 가까운 시일 내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이미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첨단 연구에 기여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특히 코딩·수학·과학 같은 영역에서 그 효과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오픈AI(OpenAI) 연구원이자 X에서 활동하는 익명 계정 ‘룬(Roon)’의 최근 글이다.

“늦은 밤 코덱스(Codex)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GPT가 어려운 전략적 과제를 풀어내는 데 도움을 줄 때마다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지구에는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고 과학 문명의 불씨를 지킬 만큼 충분히 똑똑하면서도 끈질긴 정신이 너무 적다. 그런데 이제는 무한한 잠재 문제에 던져 넣을 수 있는, 사실상 무한한 정신을 갖게 됐다. 하루도 쉬지 않고,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을 풀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컴퓨터 친구’가 생긴 셈이다.”

룬의 흥분과, 작은 좌절이 있을 때마다 “AI 거품” 선언이 튀어나오는 분위기에 대한 조급함은 이해가 간다. ‘하루도 쉬지 않고, 지루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컴퓨터 친구’를 누가 싫어할까.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약속이 불편하거나 위협적으로 들리는 사람이 많다.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같은 도구를 이미 쓰는 수억 명 사이에서도 불안은 적지 않다.

일자리 걱정일 수도 있다. 집 근처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 AI 붐의 과실이 소수 기업과 특정 지역사회로만 쏠릴 것이라는 두려움일 수도 있다. 혹은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AI가 아닌 문제로 이미 벅차다. 월세를 내고,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가족을 부양하고, 건강 문제를 견디고, 전기요금을 감당하는 일이 먼저다.

이런 맥락에서 24시간 돌아가는 ‘디지털 두뇌’ 약속은 일상과 동떨어져 보이거나, 더 나쁘게는 생계와 자존감을 위협하는 존재로 비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나도 가끔은 그렇다) 그냥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간극은 2026년에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AI를 만드는 쪽이 프레임을 짜는 방식과, 대중이 AI를 ‘경험’하는 방식 사이의 괴리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사회·정치적 반발이 더 커지면서, 이 문제를 미뤄둘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제 X에서 벤처캐피털 8VC(에이트VC)의 파트너 세바스티안 칼리리(Sebastian Caliri)는 “테크 업계 사람들은 나라 전체가 테크에 반감으로 양분돼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한다”고 썼다. 실리콘밸리에는 사람들이 ‘정말로 살 수 있는’ 서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집을 살 수 없고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중국과의 경쟁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업계가 번성하길 바라고, AI를 받아들이면 5년 뒤 더 나아질 거라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평범한 사람들에게 왜 믿어야 하는지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빨리.”

내 생각도 비슷하다. AI 기업들은 ‘우리 AI가 뭘 할 수 있는지’로 감탄을 끌어내는 데 엄청난 시간을 쓴다. 생성형 AI를 매일 쓰는 입장에서, 그 성능이 인상적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빅테크가 인터넷 전체를 긁어모아 이런 도구를 만든 게 정당했는지 논쟁이 남아 있어도, 인상적인 건 사실이다.

다만 대중은 감탄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답이다.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가, 비용은 누가 떠안는가, 혜택은 누가 가져가는가. 사회 전체에는 어떤 영향이 생기나. AI가 이끄는 경제에서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억만장자들은 문 닫힌 방 안에서 무엇을 논의하나.

이런 질문에 답이 없으면, 세상 어떤 AI ‘기능’도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남는 건 회의론이다. 그건 사람들이 AI를 몰라서가 아니라, 걸린 게 큰 만큼 합리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 글 Sharon Goldm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