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떠나고 젠슨 황 남는다” 부유세가 가른 두 거인의 베팅
![[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f8ed800c-8883-4f7d-aa7b-68df3cfc928d.jpeg)
구글(Google)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기술 제국’을 세우고 부를 쌓아 올린 캘리포니아(California)와 결별할 준비를 하는 분위기다. 포춘(Fortune)이 검토한 각종 등록 서류에 따르면 페이지는 캘리포니아에 있던 여러 자산과 법인 구조를 다른 주로 옮기는 절차를 밟고 있다.
캘리포니아 내 약 200명의 억만장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유세(wealth tax)’ 주민발의안이 추진되자, 주와의 연결고리를 끊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서류에 따르면 페이지의 패밀리오피스인 쿠프(Koop)는 12월 23일 캘리포니아에서 델라웨어(Delaware)로 소재지를 전환해 법인을 설립했다. 페이지와 연결된 헬스케어 검사 서비스 기업 플루 랩(Flu Lab LLC), ‘비행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페이퍼 컴퍼니 원 에어로(One Aero)도 캘리포니아에서 델라웨어로 옮겨졌다.
페이지의 배우자 루시 사우스워스(Lucy Southworth)가 2018년 설립한 해양과학 비영리단체 오션카인드(Oceankind) 역시 지난달 델라웨어에 새로 등록됐다. 이 단체는 원래 캘리포니아에 있었다.
이런 ‘이전’은 사실상 연말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뤄졌다. 11월 선거 이후 주민발의안이 승인되면,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에게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당 제안은 순자산 10억 달러를 넘는 캘리포니아 거주자에게 자산의 5%에 해당하는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납부는 5년에 걸쳐 분할할 수 있고, 세수의 90%는 의료 지출에 배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 Index) 기준 약 2700억 달러의 자산가로 평가되는 페이지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130억 달러를 캘리포니아에 내야 한다. 최종 결과는 아직 몇 달 뒤 투표로 결정되지만, 페이지는 ‘혹시 모를 변수’에 베팅하지 않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페이지가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났다고 전했고, 페이지가 캘리포니아 밖으로 법인들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도 이 매체가 먼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지난달 페이지와 함께 억만장자 벤처캐피털리스트 피터 틸(Peter Thiel)이 2025년 말까지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부유세 추진을 둘러싸고 테크 업계 리더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세금과 규제가 적은 지역으로 초부유층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더 가팔라질 수 있고, 그 결과 캘리포니아의 재정 기반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CEO 개리 탄(Garry Tan)은 “추가 과세가 억만장자들을 겁주고 자본을 캘리포니아 밖으로 밀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혁신 생태계가 흔들리고, 정작 이 세금이 지원하려는 의료 서비스 재원도 약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는 법인세, 판매세·사용세, 프랜차이즈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크고 규제 환경도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 사업 운영 거점을 다른 주로 옮기는 사례가 꾸준히 나왔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20년 소득세가 없는 텍사스(Texas)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자본이득세 기준으로 약 180억 달러를 아꼈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현재 텍사스는 테슬라(Tesla), 스페이스X(SpaceX), X(엑스),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의 본거지다.
오라클(Oracle),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ewlett Packard Enterprise), 찰스 슈왑(Charles Schwab) 등도 캘리포니아에서 ‘론스타 주(Lone Star State)’ 텍사스로 본사를 옮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페이지가 여러 조직을 옮긴 델라웨어는 LLC(유한책임회사) 소유주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공시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모든 억만장자가 이 세금을 ‘탈출 신호’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세계 9위 부호로 꼽히는 젠슨 황은 블룸버그 기준 자산이 약 1550억 달러 수준이지만, 이번 부유세 추진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황은 최근 블룸버그 TV(Bloomberg Television) 인터뷰에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실리콘밸리에 살기로 선택했고, 그들이 적용하고 싶어 하는 세금이 있다면 그러라고 하라.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실리콘밸리 거점을 오히려 넓히는 분위기다. 2025년 11월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첫 사무실 임대 계약을 마무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캘리포니아에서 대규모 ‘디베스트(철수)’나 인재 유출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반대 흐름이다. 황은 “우리는 인재 풀이 있는 곳에서 일한다. 실리콘밸리에는 인재가 있다”며 “전 세계 어디든 인재가 있는 곳에 사무실을 둔다”고 말했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