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판 ‘냅스터’의 종말, 이제 제값 내고 학습하라
![[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5e6dad92-cd5b-4d86-840d-cab0034619dd.jpeg)
불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은 ‘가능성’으로만 여겨지던 단계에서 벗어났다. 현실에서 가치를 만드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핀터레스트(Pinterest)에서도 AI를 활용해 소셜미디어의 공식을 바꾸려 한다.
분노를 자극해 참여를 끌어올리는 방식 대신, 이용자 웰빙을 더 공격적으로 증진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필자는 AI가 6억 명 이용자에게 오랫동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비용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AI가 낳을 경제적 효과와 혁신은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만 누릴 게 아니다. 규모가 작아도 충분히 AI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오래전부터 AI가 지금보다 훨씬 ‘민주화’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세대의 창업 성공 사례가 쏟아질 수 있다. 다만 AI의 잠재력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지금 널리 통용되는 가정부터 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AI가 맞닥뜨린 대규모 신뢰 문제를 풀 수 있다.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우선 ‘필수 도구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금도 AI 경쟁을 거대 기업의 값비싼 독점 모델 싸움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2026년의 현실은 다르다. 접근 가능한 오픈소스(open source) 모델 커뮤니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흐름은 창업가에게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다. 다음 혁신의 물결을 만들려는 팀에게 기회를 준다.
창작자와 퍼블리셔도 더는 무력하지 않다. 생성형 AI가 학습에 정보를 쓰려 할 때, 창작물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AI가 ‘냅스터(Napster) 단계’를 끝내야 한다고 본다. 1999년 등장한 P2P(개인 간) 파일 공유 서비스 냅스터가 중단됐던 것처럼, 콘텐츠를 허락 없이 긁어가 학습·활용하는 ‘공짜 이용’ 관행을 그만두자는 거다. 지금이 바로 콘텐츠 창작자가 이익을 얻는 ‘명확한 가치 교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도 더는 적으로 볼 수 없다. 감독은 이용자를 보호한다. 민간 기업이 ‘안전하고 긍정적인 이용 경험’으로 경쟁하도록 동기를 준다.
지금까지 AI 논의는 ‘누가 가장 큰 독점 모델을 만드느냐’에 지나치게 집중했다. 강력한 모델을 만드는 경쟁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픈소스가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힘도 같은 무게로 논의돼야 한다.
핀터레스트는 최근 이를 보여주는 이정표를 공개했다. 우리는 공개된 대규모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독점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다. 비용은 90% 줄였다. 많은 CEO가 겪는 ‘AI 투자 대비 수익’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성과다. 시중 독점 솔루션에 막대한 돈을 쓰지만 절감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막 태동한 산업을 가속해 왔다. 오늘날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을 포함한 거대 기업 다수가, 만약 독점 데이터베이스나 독점 운영체제만 의존해야 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세대의 ‘세상을 바꿀 기업’도 비슷한 청사진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점 소프트웨어 기업이 가치를 독식한다. 혁신은 둔화한다. AI의 장기 잠재력도 막힌다.
소유권은 특히 중요하다. 핀터레스트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려는 의지에 성패가 갈린다. 다행히 사람들은 매일 인터넷에 새로운 정보를 쏟아낸다. 그 정보는 창의성, 추론 능력, 성실함 위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가장 진보한 생성형 AI도 이런 능력을 그대로 갖추지 못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은 계속 학습해야 한다. 그러려면 ‘막 쏟아지는 최신 아이디어’에 실시간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접근은 무제한이어선 안 된다.
AI가 소유권을 무시하면 창작자는 공유를 망설인다. 공론장도 빈약해진다. 반대로 AI가 소유권을 존중하면 창작자는 성장한다. 대중은 더 좋은 정보를 얻는다. 지금의 AI는 종종 예전 냅스터 해적판 모델을 닮았다. 음악이 공짜로 무차별 다운로드되던 시대다. 이제는 아이튠즈(iTunes)나 스포티파이(Spotify)처럼, 콘텐츠가 소비될 때마다 대가가 돌아가는 구조로 가야 한다.
다행히 이 문제를 푸는 틀도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새 모델이다. 창작자가 생성형 AI 기업이 자기 콘텐츠를 쓰는 방식과 범위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 도구는 ‘크롤당 과금(pay-per-crawl)’ 서비스처럼 작동한다. 창작자에게 트래픽을 거의 돌려주지 않으면서 정보를 가져가는 생성형 AI 크롤러와, 원 출처로 트래픽을 보내는 검색 크롤러를 구분한다.
규제는 ‘보호와 촉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과거 자동차 회사는 안전벨트 기본 장착을 “사업에 나쁘다”고 여긴 적이 있다. 그러나 충돌 테스트 등급이 생기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유인이 만들어졌다.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용자를 지키는 표준이 생기면 책임 있는 혁신을 장려할 수 있다. AI를 조금만 깊게 써 보면 ‘밑바닥 경쟁’을 멈추는 규제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도 챗봇이 아동과 성적으로 노골적인 대화를 나누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AI로 사진이나 정보를 조작하려는 악의적 시도에서도 보호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규제’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앱 스토어 책임법(App Store Accountability Act)을 한 가지 예로 든다. 앱 스토어를 연령 확인과 부모 동의의 ‘원스톱 창구’로 만들면, 기기를 처음 켠 순간부터 일관된 보호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소셜미디어 기업과 AI 기업이 ‘안전 성적표’로 경쟁하는 세상도 그린다. 그러려면 결과에 초점을 둔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
기본 기대치를 정하되, 그 이상을 달성하는 방식에서는 기업이 혁신할 여지를 남겨야 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다. 이해하려고 더 배우고 더 현장을 보는 게 해법이다. 그래서 AI가 두렵지 않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 글 Bill Ready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빌 레디(Bill Ready)는 핀터레스트의 CEO다. 이 기사에 실린 견해는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포춘(Fortune)의 의견이나 신념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