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한국 제조업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무기”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의 한국 수장이 바라본 AI 이후의 자본, 산업, 그리고 한국.

“동행은 없습니다. 커피도 특별히 가리지 않습니다.”
지난 1월 15일 서울 강남구 포춘 스튜디오 건물 앞. 기자는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의 마지막 휴대전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비서만 동행하지 않는다는 뜻인지, 차량기사도 없이 정말 혼자 오겠다는 말인지 아리송했다. 어쨌든, 주차장이 협소해 공간을 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기자는 마중 겸 나와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골목 한 귀퉁이에서 하 회장이 뚜벅뚜벅 나타났다. 그는 차량도 없이 정말 혼자였다. 2001년 47세 나이로 한미은행장에 선임돼 국내 최연소 은행장 기록을 세운 이후, 한국씨티은행장, 은행연합회장을 거쳐 현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직에 오른 인물치고는 단출한 행색이었다. 하 회장의 첫인상에 대해 “의전을 받지 않아 놀랐다”고 소회한 모 취재원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이날 하 회장은 포춘코리아 2월호 커버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다. 인터뷰는 이틀 전인 13일 서울 중구 블랙스톤 한국법인에서 마친 터였다.
그는 인터뷰 때와 같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날 촬영을 소화했다. 커버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따로 메이크업을 받거나 브로치 등의 장식물을 달지도 않았다.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하영구인데 굳이 그런 게 필요할까’ 같은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이런 소탈한 모습과는 별개로 그는 날카로운 통찰과 혜안으로 금융권에서 이름이 높다. 70세가 넘어서도 그가 ‘여전히’ 현역인 이유다. 그 어느 때보다 산업 발전이 빠른 현재를, 그리고 한국 경제·금융의 미래를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4-0163/image-86f7d098-4d0d-42e6-9030-2ab2b7b8aecb.png)
Q. 2026년 현시점에서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I가 가장 큰 테마죠. 하나를 더 꼽자면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 정도가 되겠습니다.
AI는 우리 일상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미·중 간 치열한 경쟁 역시 AI와 AI 관련 산업 및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잖아요.
앞으로도 얼마 동안은 AI가 핵심 테마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AI가 창출할 기회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수반될 잠재적 파급효과까지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Q. 블랙스톤의 투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일까요?
블랙스톤은 비교적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AI 테마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AI 투자 붐 속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실질 수익을 창출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이른바 ‘곡괭이와 삽(Pick and Shovel)’ 전략의 일환으로,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하드웨어와 전력 인프라 등 AI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요.
특히 데이터센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AI 발전과 클라우드 확산 등 현상이 맞물리며 지난 3년간 생성된 데이터양이 이전 인류 전체 역사에서 생성된 데이터양을 뛰어넘기에 이르렀거든요.
글로벌 전체로 보자면, 현재 블랙스톤은 11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소유주이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어트렁크·AirTrunk)에도 투자했습니다.
Q. 글로벌 자본의 시각으로 볼 때 앞으로 5~10년간 구조적으로 가장 유리한 지역은 어디라고 판단하십니까?
인도와 일본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인도는 중산층의 증가와 풍부한 생산가능인구, 그리고 경제 시스템의 점진적 통합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경제국으로 자리매김 중이죠.
블랙스톤은 약 20년 전 초기 글로벌 투자자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현재는 인도 최대 외국인 투자자 중 하나로 자리 잡았죠. 인도 최초의 상업용 오피스 리츠(REITs)를 포함해 동지역 5개 리츠 가운데 4개 출범을 지원했으며, 지금까지 12개 기업을 상장시키는 등 인도 자본시장의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일본 시장 역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간 일본은 저금리가 지속되고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자산운용 제도 개혁에 힘입어 전환점을 맞게 됐죠. 이 같은 변화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투자자에게 가치 창출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블랙스톤은 지난 2년간 일본에서 부동산과 PE(Private Equity) 부문 최대 규모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또 주요 금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사모 부동산과 사모 펀드, 사모 크레딧, 사모 인프라 등 4가지 전략을 선보이며 프라이빗 웰스(Private Wealth·초고액 자산가나 패밀리오피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대체투자는 수익률을 높이면서도 변동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글로벌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내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어요.
성장 여력은 충분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규모 있는 기업과 상업용 부동산의 약 90%가 비상장 자산인 만큼, 대체투자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기회가 존재해요. 게다가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30%를 대체투자 자산으로 담고 있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그 비중이 3% 미만에 그쳐 공급과 수요 모두에서 열려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시장 변동성 확대는 대체투자 중요성이 더 주목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제는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역시 대체투자가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요. 블랙스톤은 이러한 추세를 일찍이 포착해 14년 전부터 프라이빗 웰스 사업을 구축했습니다. 현재는 이 채널을 통해 약 2880억 달러를 투자받은 세계 최대 규모 플랫폼으로 성장했죠.
개별 투자 영역에서는 사모 크레딧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AI 관련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 배경이에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상업용 부동산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어 관심을 끕니다.

Q.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은 요즘 어떻습니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AI시대 핵심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첨단 방위산업,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수출을 선도하고 있죠. 견고한 거버넌스와 법적 기반, 우수한 인적 자본, 그리고 깊이 있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은 한국 시장이 지닌 강점입니다. 해외 투자자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일 거예요.
Q. 너무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리스크가 존재하죠. 경제도 K자형으로, 특정 산업이나 계층에만 부가 집중되는 양극화 문제도 나타나고 있어요. 하지만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경제의 공통된 문제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들 문제보다 글로벌 경쟁력에 더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AI시대로의 큰 전환점에 서 있는 현재, 한국이 보유한 반도체 기술력과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 그리고 특유의 속도 경쟁력과 응용력, 승부욕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봐요.

Q. 좀 더 상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에 특히 주목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을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전체 GDP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27%(2024년 기준, 세계은행)로 15~16% 수준인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죠.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18%)이나 일본(21%)에도 앞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견고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요 분야에서 여전히 중국보다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요. 이 같은 경쟁력은 AI시대에도 매우 큰 강점이 될 겁니다. AI 발전이 결국엔 휴머노이드나 로보틱스 부문으로 이어질 건데, 이는 제조업 경쟁력 바탕 위에서 발전하는 영역이거든요. 여기에 한국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승부욕, 응용력이 부스터 역할을 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저는 한국 경제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회장님께서는 금융시장에서만 40여 년을 몸담아 오셨습니다. 그 여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한국 경제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 경제의 역사는 성장과 위기, 회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게 특징이에요. 1973년 1차 석유 파동,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주저앉지 않고 회복했고, 이후엔 다시 성장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매 위기는 우리 경제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양적성장에서 전자, 자동차 및 조선산업 중심의 질적성장으로 전환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는 오늘날의 선진 기술산업 중심으로 전환했죠.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보여준 회복력과 혁신 역량, 그리고 근면함은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한강의 기적’은 이렇게 위기 극복의 과정으로 이루어졌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한국의 미래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현재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와중에, 지난해에는 첨단기술 분야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죠. 세계적인 AI 전환 흐름을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눈에 띄는 특징은 한국 문화 역시 중요 경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잘 보여 주었듯이 뷰티,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K-컬처 열풍이 확산 중이고, 그 흐름 속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도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죠. 좋은 흐름입니다.
Q. 블랙스톤은 2021년 서울 사무소를 설립해 한국 투자를 본격화했습니다.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으로서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한국은 블랙스톤이 자본을 투자하고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저희는 최근 몇 년간 ‘확신을 가진’ 핵심 투자 테마를 중심으로 한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어요. 생명과학, 디지털 전환, K-컬처, 그리고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기업과 부동산 자산들이 대상이었죠.
또한 한국은 오랜 기간 블랙스톤을 신뢰해 준 주요 투자자(연기금 등)가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블랙스톤은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제공하는 ‘수탁자의 책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요. 최근에는 이런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국 개인 투자자 채널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삼성증권과 협력해 사모 크레딧 펀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프라이빗 웰스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죠.
이는 한국을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시장’으로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다른 아시아 주요 시장과 비교해 아직 초기 단계 시장이에요. 지금까지 투자된 것보다 더 많은 투자가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사진=강태훈]](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4-0163/image-8b55ec6a-7b5b-4fc8-8ca4-e511cc97c8a5.png)
Q. 한국에서는 어떤 부문에 주로 투자하고 있습니까?
최근 2년 동안은 부동산과 기업 바이아웃 부문에서 투자와 회수를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주목받은 거래로는 2024년 강남업무지역 랜드마크인 아크플레이스 빌딩(※약 4700억 원에 매입해 7917억 원에 매도, 3200억 원 차익)과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 매각(※1조 9500억 원에 매각해 같은 해 PE 엑시트 규모 1위 기록) 건이 있습니다.
부동산은 예전엔 오피스 빌딩 위주로 많이 투자했는데, 본사 방침에 따라 최근엔 그 비중이 굉장히 낮아졌습니다. 입주사들과 장기 계약을 맺는 오피스 빌딩 특성상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변경 등의 펀딩 코스트 반영이 어려운 게 원인이에요. 그래서 요즘엔 한국에서도 호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투자를 더 선호합니다.
기업 투자는 변동성이 적고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곳들을 선호합니다. 블랙스톤 성향 자체가 ‘돈을 번 만큼이나 또 투자해야 하는’ 그런 자본 집중적인 구조의 사업을 좋아하지 않아요. 저희가 최근 인수한 제이제이툴스나 준오헤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부동산과 기업 투자를 비교하면, 매수·매도 건수는 부동산이 많고 거래 금액은 기업 투자 쪽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거래 건당 규모가 기업이 훨씬 크니까요.
Q. 말씀하신 지오영이나 제이제이툴스, 준오헤어를 보면 기업 투자에 공통점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각 사 창업자가 매각 의사를 보여 딜이 진행된 케이스입니다. 경영권 매각 이후에도 창업자들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면서 (저희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기업이 더 성장하고 글로벌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죠. 블랙스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또 네트워크가 많다 보니 기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거예요.
이 같은 투자가 저희의 테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인수 기업의 밸류를 높이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진행된 것뿐이에요. 저희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변동성이 적고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곳에 투자하는 걸 선호합니다. 이 조건에 부합한다면 위와 같은 방식의 딜이 아니더라도 환영이죠.
Q. 한국의 금융산업을 오랫동안 지켜봐 오셨습니다. 한국 금융산업이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왜 금융에는 삼성전자 같은 곳이 없냐”라고요. 우리나라 제조업에서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데 반해 왜 금융은 그렇지 못하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죠.
예나 지금이나 어떤 산업이나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건 ‘경쟁’입니다. 경쟁을 해야 혁신도 일어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나와요. 그런데 우리 금융산업은 굳이 그런 경쟁을 치열하게 할 유인이 크지 않습니다.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규제산업으로 관리되면서, 한편으로는 보호도 받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우리 금융사들도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조업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금융사들도 해외 업체들이랑 부딪히고 깨지고 이기고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 은행 같은 경우엔, 어느 나라건 해외 은행이 들어와서 자국 시장점유율을 크게 가져가는 걸 달가워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나가야 합니다. 가까운 일본을 보세요.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지만 그 기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진출해 한자리씩을 차지했습니다. 노무라는 전체 수익의 40%를, MUFG(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역시 30% 정도를 해외에서 올릴 정도죠.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10%가 채 안 되는 것과 비교됩니다.
![하영구 회장과 조미원 여사의 1983년 결혼식. [사진=하영구]](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4-0163/image-abd9972c-0077-43b8-a409-91c8a8b63a5c.png)
Inside Ha
Q. 앞서 한국 경제의 전환점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회장님 개인적인 전환점엔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가장 중요했던 건 글로벌 금융회사(씨티은행)를 첫 커리어로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고교 시절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한 것이나 와이프와의 결혼도 중요한 전환점이었어요.
Q. 앞의 두 가지는 회장님의 커리어 배경을 만든 것이니 잘 알겠는데, 마지막은 의외입니다. 사모님과 관계가 굉장히 돈독하신 모양입니다.
돈독한 척해야죠(웃음). 사실 아내한테 미안한 게 많습니다. 씨티은행에서 선후배로 처음 만났는데, 와이프가 정말 프로페셔널했어요. 하지만 저와 결혼을 앞두고 일을 그만둬야 했죠. 당시만 해도 한 직장에서 부부가 같이 일하는 게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시대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와이프는 결혼 후 본가에서 저희 부모님을 5년 정도 모시면서도 대학원에 진학해 또 취업을 했어요. 두 번째 직장으로 EBS 한국교육개발원에 들어갔죠. 그런데 그때까지 7년간 깜깜무소식이던 아이가 생겨 또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아이를 가지니까 너무 좋아서, 육아에 전념하겠다며 자기 커리어를 포기한 거예요. 처음 와이프를 봤을 때 너무 똑똑하고 프로페셔널해서 대단한 이력을 쌓겠구나 생각했는데 가족을 위해 희생한 거죠.
저는 항상 바빠서 집에 신경을 많이 못 썼습니다. 애들 교육도 나 몰라라 했고요. 가족들하고 보내는 시간도 아주 적었는데, 와이프는 저한테 불평하지 않았어요. 정말 내조를 잘해줬죠. 그래서 지금 이런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앞으로 10년 뒤, 사람들이 ‘하영구’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어떤 금융인으로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언론에서는 저를 ‘직업이 은행장’이라고 많이 소개하시는데, 제가 그다지 좋아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다면 ‘글로컬[Glocal·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 금융인’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한미은행장, 한국씨티은행장, 그리고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한미 재계회의에 꾸준히 참석했는데, 소속된 조직에 따라 미국 측을 대표하기도, 한국 측을 대표하기도 했거든요. 이런 배경 덕분에 한국 금융이 어려움에 처했을 땐 작은 역할(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과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연결한 일화가 유명)을 할 수도 있었고요. 그래서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과 글로벌화를 위해 조그만 흔적을 남긴, 그런 금융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운용 자금이 1700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 대체투자 운용사이다. 스티븐 슈워르츠먼(Stephen Schwarzman)과 피터 피터슨(Peter Peterson)이 1985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했다. 부동산, 사모펀드, 사모대출·크레딧, 인프라·대체자산 등에 투자한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