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가 만든 공포, 퇴근길 ETF 거래도 두렵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가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다음달 14일부터 열 계획인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할 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상품 파동에 리스크를 감지한 자산운용사들과 증권사들이 시장 참여를 꺼리는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각 자산운용사들에게 오는 7일까지 애프터마켓에서 거래할 ETF 목록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과 ETF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들은 ETF의 애프터마켓거래에 부정적이다. 앞서 지난달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대응을 위해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도 애프터마켓 ETF 거래를 늦춰야 한다는 공감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어떻게든 애프터마켓 운영을 강행하려는 것 같은데, 증권·운용사 입장은 그렇지 않다”며 “지난달 업계 대표 회의에서도 거래소에서 정한 타임테이블에 맞춰서 하다보면 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좀 더 시장이 안정화된 후에 ETF거래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들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변동성과 그에 따른 제재 가능성이다. 현재 정규장에서도 장 마감 무렵 LP 리밸런싱 과정이 괴리율을 급격히 키우는 등의 문제가 불거진 상황인데, LP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애프터마켓에서는 괴리율 관리 등 리스크 대응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LP가 관리해야 하는 모든 ETF(단일종목 레버리지 포함) 적정 괴리율 의무 기준을 기존의 ‘기초자산 지역별 국내 3%·해외 6%’에서 ‘국내 2%·해외 5%’로 조정하기로 하고, 이 정책을 이달 19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괴리율 관리 의무를 위반하면 증권사는 LP 업무 제한, 운용사는 신규 ETF 출시 제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비롯해서 이렇게 변동성이 크고 손도 많이 가는 상황에서 애프터마켓까지 참여해 신경쓸 여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더구나 처음 시행하는 제도에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일반종목과 ETF의 거래를 같이 허용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식은 팔 사람과 살 사람의 수요가 만나 거래가 생기지만, ETF는 처음부터 누가 갖고 있는 게 아니라 LP가 설정을 통해 일부를 사서 순자산가치에 맞는 호가를 대고, 거기에 맞는 가격이 형성되면서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애초부터 운용사들은 애프터마켓 ETF는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었는데, 거래소의 강행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프터마켓에서의 ETF LP 공급문제는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방안을 처음 꺼냈을 때부터 불거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프리·애프터마켓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ETF LP참여를 자율에 맡기고, LP가 없이도 ETF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시장 혼란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두 달여만에 다시 LP참여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업계에서 노무부담 등을 이유로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꺼낸 대안이지만, 극심한 증시 변동성을 경험한 지금은 리스크 부담이 더 현실화하고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지금 정규장에서도 ETF 괴리율을 못잡아서 이 난리를 겪었는데, 애프터마켓에서는 통제가 될까라는 걱정이 가장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 때도 그랬고, 왜 정책을 도입하려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될 지는 아무도 몰랐다”며 “선진금융 취지도 좋지만, 거래시간 연장은 대단히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 경험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 일정과 관련해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도 “운용사들로부터 LP공급이 가능한 ETF목록을 받아보고 애프터마켓에서 ETF거래를 할지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