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상태 왜 병원서만 확인하나”…AI 진단키트로 집에서도 OK
[스타트UP스토리] 김준민 앰플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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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는 불편함을 왜 당연하게 감수해야 하는 걸까. 집에서도 간편하게 몸 상태를 확인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바이오 AI (인공지능) 스타트업
앰플리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회사는 현재 브랜드 ‘윈티’를 통해 소변이나 타액 등 검체를 이용해 집에서도 자신의 몸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일상 진단’이라는 새로운 건강관리 습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준민 앰플리 대표는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는 매일 하지만 건강검진은 1년에 한 번뿐”이라며 “내가 정말 잘 관리하고 있는지, 어떤 영양제를 선택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생화학 데이터는 정작 병원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늘 답답함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다. 진단키트 자체는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누구나 집에서 직접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경험이 보편화됐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생성형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봤다”며 “AI와 스마트폰 카메라를 결합해 정확도와 민감도를 높인다면 질병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건강관리까지 진단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명 ‘앰플리(AMPLY)’도 여기서 나왔다. 미량의 물질이나 신호를 증폭해 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증폭(Amplification)’ 기술에서 이름을 따왔다. 검체 속 미세한 신호까지 민감하게 포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회사의 기술적 지향점을 담았다.
“한 달 만에 실사용 1000건”…교차구매율 64%

앰플리가 이 같은 ‘일상 진단’을 위해 지난 6월 출시한 제품이 영양 밸런스 자가진단키트 ‘리브잇(LIV8)’이다. 소변을 통해 비타민C와 마그네슘 등 8개 영양 관련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제공된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소변이 묻은 키트를 촬영하면 AI가 결과를 판독한다.
리브잇은 출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000건 이상의 실제 고객 사용 데이터를 확보했다. 기존에 먹던 영양제와 식습관이 적절했다는 점을 확인한 고객도 있었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한 뒤 영양제나 생활습관을 바꿔 다시 확인해보고 싶다는 소비자 반응도 나왔다.
앰플리는 비단 영양상태 체크에 그치지 않는다. 리브잇에 앞서 지난해 8월 성관계 후 생식기 내 정액 여부를 통해 피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정액감지키트 ‘ASK’를 내놓았으며, 올해 3월에는 피부 검체를 이용한 피부진단키트 ‘스킨체크’를 시장에 선보였다. 최근에는 집에서 정자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임력 진단키트 ‘MSK’도 출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MSK는 집에서도 진단 가능한 국내 유일의 남성 가임력 진단키트다. 약 1년6개월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았다. MSK는 정자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SP10을 검출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남성 가임력 판단 기준인 정자 농도(1500만개/mL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병원에서 직접 정액을 채취해 검사받아야 했던 번거로움과 심리적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상품 다각화 배경에 대해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또 어떤 몸 상태를 궁금해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다”며 “하나의 진단키트에 집중하기보다 한 고객이 일상에서 궁금해하는 다양한 몸 상태를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제품군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앰플리에 따르면 리브잇을 구매한 고객이 다른 진단키트까지 함께 구매하는 교차구매율은 64%에 달한다. 남성 고객은 리브잇과 남성 가임력 진단키트를, 여성 고객은 리브잇과 피부진단키트를 함께 구매하는 식이다.

흔들리고 거꾸로 찍어도 OK…’사람에게 맞추는 AI’
집을 진단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도 있다. 연구실에서는 조명과 촬영 각도를 통제하고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지만, 실제 소비자의 사용 환경은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사진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갈 수 있으며, 설명서와 달리 키트를 거꾸로 촬영하거나 바닥에 놓지 않고 손에 들고 찍기도 한다. 일반적인 AI 개발 과정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를 ‘노이즈’로 보고 제거하지만 앰플리는 반대로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판독 불가’ 데이터를 다시 AI에 학습시킨다. 초점이 흐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촬영된 사진에서도 판독 정확도가 유지될 때까지 모델을 반복적으로 훈련한 뒤 개선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다시 적용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회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사용자를 AI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AI가 다양한 사용자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사용자의 다양성을 얼마나 포용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리브잇에서 확보한 1000건 이상의 실사용 데이터도 앰플리에는 단순한 판매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수록 실제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하면서 판독 모델도 함께 고도화된다.
“생애주기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도약”

앰플리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미래는 개별 진단키트 판매를 넘어선 ‘생애주기 건강관리 플랫폼’이다. 소변이나 타액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측정하고 AI로 결과를 해석한 뒤 필요한 건강관리 솔루션을 선택하고, 이를 다시 측정해 효과를 확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앰플리는 병원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의료 시스템이 일상에서 채우지 못했던 간극을 메우려는 것”이라며 “진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이 알맞는 솔루션을 선택하고, 다시 그 효과를 측정하면서 고객들이 ‘내 건강을 내가 관리한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