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수의 첫 승부수…현대차증권 리서치 ‘칸막이’ 허문다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가 조직 운영 방식을 손질한다. 인공지능(AI) 도입에 맞춰 인력을 줄이거나 애널리스트 한 명이 여러 산업을 맡도록 하는 흐름과 반대로 담당 영역을 좁혀 전문성을 더하고 산업 간 협업은 늘리는 방향이다. 애널리스트가 깊이 고민할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산업의 관점을 연결해 시장 변화에 대한 보다 입체적이고 차별화된 해석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1년 뒤에는 ‘저 하우스는 좀 다르다’, ‘조금 더 깊이가 있다’,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이달 초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에 선임됐다. 현대차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이 바뀐 것은 13년 만이다. 센터장과 기업분석2팀장을 함께 맡고 있다. 2009년 유진투자증권에서 자동차·부품·타이어 애널리스트로 출발한 그는 키움증권을 거쳐 2018년 현대차증권에 합류했다.AI 시대, 담당 영역은 좁히고 분석은 깊게
장문수 센터장이 먼저 손보려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업무 범위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증권업계에서는 리서치 조직을 슬림화하거나 애널리스트 한 명이 담당하는 업종을 늘리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반대로 애널리스트별 담당 섹터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다른 하우스에서는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산업군을 많이 가져가도록 하는 곳도 있는데 저희는 오히려 담당 섹터를 조금 슬림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산업을 담당하면서 루틴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깊이 있게 고민할 시간이 줄어든다”며 “업무에 여유를 만들어 창의적인 분석과 보고서 의견을 내는 게 저희가 도출하고 싶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AI도 애널리스트를 대체하기보다는 분석 범위를 넓히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장 센터장은 “모든 의견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어떤 기획과 방향성을 갖고 질문을 던질지,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그 흐름이 제대로 시장을 간파한 것인지는 사람의 터치가 없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있고 사람이 던져줘야 하는 방향성도 있을 것”이라며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약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리서치 협업 넓히고 고객 접점도 확대
현대차증권은 최근 기업분석 조직을 1팀과 2팀으로 재편했다. 2팀에는 자동차와 IT,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인터넷 등 성장산업을 배치했다. 1팀은 철강과 조선, 건설, 음식료 등 전통산업과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꾸렸다. 당초 2팀에 포함할 예정이던 바이오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1팀으로 옮겼다. 의료기기와 미용기기 등 소비 성격이 강한 업종과의 연관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장 센터장이 팀을 나눈 기준보다 더 강조하는 것은 팀 사이의 경계를 낮추는 일이다. 그는 “1·2팀은 관리를 위한 조직 구성이고 실제로는 1·2팀은 물론 글로벌전략팀과도 경계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2차전지 애널리스트가 소재를 분석할 때 철강 담당자와 의견을 나누고, 데이터센터를 분석할 때 소프트웨어·인터넷과 통신, 건설, 유틸리티 담당자가 함께 보는 방식이다.

장 센터장은 “자동차 섹터를 본다고 자동차만 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고 한국 주식을 다룬다고 한국 시장만 봐서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산업 간 경계 자체가 많이 모호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 애널리스트가 한 산업만 놓고 분석하면 다른 산업의 전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채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면 유틸리티 담당자는 데이터센터 증설을 전제로 전력 부족을 분석하고 소프트웨어 담당자는 데이터센터가 구축됐다는 가정 아래 사업모델을 전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은 “여러 분석을 이어놨을 때 실제로 태엽처럼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봐야한다”며 “산업 종사자들이 읽다가 걸리는 부분이 없는 자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리서치센터가 지원하는 고객 범위도 넓힌다.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는 그동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와 법인영업 지원에 업무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앞으로는 자산관리(WM)와 퇴직연금 고객까지 리서치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장 센터장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만큼 리서치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이니까 가능”…인재 끌어당긴다
장 센터장은 애널리스트 직군이 증권사 간 이동이 잦은 만큼 조직 자체의 경쟁력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단순히 처우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증권사에서는 하기 어려운 분석과 기획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장 센터장은 “다른 하우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조직 문화나 분석의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싶다”며 “내부적으로는 ‘이 하우스가 아니면 이런 의견을 내가 어떻게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것이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가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력 구성도 보완할 계획이다. 내부에서 성장한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조직의 연속성을 가져가되,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비어있는 경력 구간을 채우는 방식이다.
장 센터장은 “좋은 인력을 외부에서 충원해 비어 있는 연령대와 층을 채울 계획”이라며 “기존 구성원들과 새로 합류한 인력이 함께 힘 있는 의견과 흥미로운 분석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분석과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평가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좋은 제안을 내는 애널리스트가 평가와 보상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진짜 고민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하우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