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 주춤, 더 치열해진 증권사 퇴직연금 경쟁

증권사간 퇴직연금 시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증시가 주춤하고 예금에서 주식으로의 머니무브가 속도조절에 들어가면서 은행에서 고객을 끌어오는 것만큼 증권사간 경쟁도 중요해졌다.
올해 2분기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은 553조894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은행이 50.8%, 증권사가 29.8%, 보험사가 19.4%를 차지하는데 특히 증권사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퇴직연금시장에서의 증권사 비중은 지난해말 26.47% 비중에서 올 1분기 27.85%로 늘었고, 2분기에 29.8%로 30%에 육박한다.
증시 활황에 주식을 적극적인 비중으로 운영할 수 있는 증권사로의 연금이동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DB형이 정체된 가운데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크게 늘었다. 지난 2분기에는 DC형과 IRP가 각각 20조1399억원, 22조6180억원 급증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증시가 큰폭으로 조정받으면서 퇴직연금에서의 증권사 비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잔액은 6월 949조원에서 7월 985조원, 8월 1005조원으로 불었지만,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은 6월초 140조원규모로 고점을 찍은 후 7월 108조원으로 하락했고, 8월에는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9월초 93조원대까지 떨어진 투자자예탁금이 다시 100조원대로 회복되는 중이지만 증시로의 자금이동이 연초처럼 활발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초 퇴직연금 DC형으로 갈아탄 가입자들 증시 조정에 큰 폭의 수익률 손해를 보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증권사에서 지난 4~6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들의 7월과 8월 단순 기간수익률은 각각 -10.7%, -10.2%로 집계됐다.미래에셋 독주 속 치열한 2위 싸움
덩달아 증권업권 내 경쟁은 치열해졌다. 증권사들은 앞서 머니무브로 확보된 고객자산을 묶어두는 동시에 타사 전환고객 유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장은 미래에셋증권의 독주체제 속에서 2위 싸움이 주목받는다. 2분기말 기준 증권업종 퇴직연금 적립금은 165조원 규모로 이 중 31.5%인 52조원을 미래에셋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28조원, 한국투자증권이 26조원으로 각각 17%, 16% 비중을 차지한다.

2분기까지 3위로 꼽힌 한국투자증권은 연금플랫폼의 대대적인 개편으로 도전장을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일 대규모 연금 설명회를 열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연금서비스의 전면개편을 알렸다. MTS를 단순 상품거래채널에서 연금자산 전반을 관리하는 디지털 PB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은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 중 10등, 증권사 중에서는 3등을 하고 있다”며 “연금 조직을 개편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 언젠가는 연금 사업에서 반드시 1등을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도 지난달부터 타사고객이 연금저축을 이전하는 경우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삼성증권은 MTS앱에서 연금자산 동선을 효율화한 ‘연금홈’ 화면을 제공하고, IRP, DC형 퇴직연금계좌에서도 ETF 모으기 서비스를 시작했다.신한투자 연금팀 조직개편, NH는 법인고객 집중공략
아직 점유율이 10%를 밑도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도 공격적인 퇴직연금전략을 펼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달초 사내 연금고객관리팀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연금고객관리팀이 가입자와 직접 전화상담을 하는 등 고객접점을 높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연금특화 서비스인 ‘신한프리미어 연금컨설팅’도 확대해 퇴직소득세를 시뮬레이션하고 연금수령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퇴직연금 법인고객 관리시스템(CIS)을 새로 구축해 오픈했다. CIS에서는 거래법인의 계약현황과 법인정보조회가 가능하고 고객 접촉부터 컨설팅, 적립금 운용 및 집행까지 모든 단계를 체계화한 관리기능을 담았다.
KB증권은 이달부터 기존 단일 연금화면을 ‘계좌현황’과 ‘투자현황’으로 분리하고 평가금액, 납입정보, 세액공제현황, 상품별 잔고와 수익률 등을 조회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사용자의 동선을 개선하는 시스템 개편을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서비스 고도화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연금을 적립하는 단계를 넘어 연금을 수령하는 단계에서의 서비스 변화를 시도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6일 출시한 ‘연금 수령 시뮬레이션’ 서비스는 연금의 수령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까지 반영해 고객이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상세하게 확인하도록 했다.
업계 10위인 한화투자증권은 7월부터 비대면 연금상담센터 신설해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연금상담센터에는 전문 어드바이저를 배치해, 고객별 상황에 맞는 운용전략, 연금 개시와 인출, 절세까지 종합지원한다. 특히 타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장기금융상품에 맞는 꾸준한 사후관리를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퇴직연금시장에 처음 진출한 키움증권도 2달만에 퇴직연금 적립금 1000억원 돌파하며 잰걸음을 떼고 있다. MTS ‘영웅문S#’을 기반으로 ETF실시간 거래와 인공지능(AI) 자산관리 등을 차별화 서비스로 내세운다. 국내 1위 리테일 경쟁력을 기반으로 오는 2035년에는 시장 점유율을 10%, 적립금기준 업계 TOP5에 든다는 목표다.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고객유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는 고객확보 경쟁보다는 자산의 운용성과에 주목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경쟁은 사업자 수나 시장 집중도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이동, 나아가 시장점유율의 변화로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퇴직연금 사업자간 경쟁도 고객 확보 중심의 경쟁에서 가입자의 장기 운용성과를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