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SK닉스 무너진 ‘검은 목요일’…코스피 5500대까지 밀려

국내증시가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코스피가 7% 넘게 폭락하며 5500대까지 밀려났다. 미국 기술주 하락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 모두 서킷브레이커도 발동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5450.81까지 밀리기도 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셌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3조759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1조4263억원, 기관이 1조6794억원 규모를 각각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이날 오후 12시38분 코스피 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발동 당시 코스피는 어제보다 8% 하락한 5528.05를 기록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전날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하는 시장 안정 장치다. 발동하면 20분간 주식 거래가 중단되고, 10분간 단일가 매매를 거쳐 정상 거래가 재개된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특히 반도체 대형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어제보다 9.48% 내린 21만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1.06% 급락한 126만2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우(-8.35%), SK스퀘어(-10.21%), 삼성전기(-15.36%) 등 반도체 관련 종목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2%, 현대차는 5.74%, KB금융은 1.57%, 삼성생명은 7.51% 각각 내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5% 상승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장 큰 부담은 미국 기술주 하락에서 확인된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장 지속성에 대한 우려”라며 “수급 공백이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가·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으로 고금리 장기화 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된 외국인 매도를 받아줄 매수 기반이 약해지면서 하락 압력이 커지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국내 반도체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황 센터장은 “AI 수익성 우려는 향후 투자와 메모리 수요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것이 현재 업황 호조에도 국내 반도체주 주가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증시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과 외국인 매도로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낮은 밸류에이션만으로 반등 시점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장기공급계약이 이익의 지속성을 뒷받침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매수 기반을 보완한다면 반등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에서 향후 수요와 계약 조건, 추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계획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투자 심리가 급격히 훼손되면서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며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겨울철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와 맞물려 에너지 수급 불안이 악화될 우려도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조 연구원은 “10월 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대형 기술기업·반도체 기업 실적,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가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스닥도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어제보다 63.06포인트(7.65%) 내린 760.8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21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과 기관이 646억원 및 1658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코스피보다 앞선 오후 12시23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당시 코스닥은 어제보다 8.01% 하락한 757.88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7월29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하락했다. 알테오젠은 4.9%, 에코프로는 8.18%, 에코프로비엠은 9.1% 각각 내렸다. 주성엔지니어링(-14.97%)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