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노린 ETF 거래 폭증…증권사 현금 이벤트 제동

한 증권사가 거래대금에 따라 상금을 지급하는 ETF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특정 ETF의 거래량이 급증했다. 하루 거래대금이 500억원 이상이면 500만원, 200억원 이상이면 16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해당 ETF는 좌당 가격이 100만원으로 높고 가격 변동성이 작아 상금을 받기 위한 거래를 반복하기에 유리했다.
실제로 이벤트에 참여한 개인투자자 2명은 각각 ETF를 3조4000억원, 1조7000억원어치 거래해 상금으로 3억4000만원, 1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벤트 기간 해당 ETF의 전체 거래대금은 97조5000억원이었으며, 이 중 해당 증권사를 통한 거래가 42조8000억원으로 43.9%를 차지했다. 해당 증권사가 거둔 위탁매매수수료는 약 514억원으로 추정됐다. 상금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의 과도한 매매가 특정 ETF에 거래를 집중시키고 시장 거래량을 왜곡한 것이다.
앞으로 이처럼 거래금액에 비례해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증권사 이벤트가 금지된다.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 신용융자 등 빚투, 해외투자상품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이벤트도 제한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건전한 경쟁질서 확립과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증권업계의 재산상 이익 제공 기준을 강화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증권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과도한 현금성 혜택과 고가 경품을 내건 이벤트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해외주식 100주(약 8000만원 상당)나 자동차(약 5000만원 상당)를 경품으로 내건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특히 거래 횟수나 거래대금에 연동해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증권사와 투자자 간 이해상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투자자가 거래를 많이 할수록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늘어나지만, 투자자는 수수료 부담과 투자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 상금을 받으려는 반복 매매가 거래량을 왜곡하고, 다른 증권사까지 유사한 이벤트를 따라 하면서 업계 전반의 부담을 키울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가 거래 횟수나 거래대금과 연동해 현금·상품권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제한한다. 레버리지·인버스 ETP와 장내외 파생상품, 투자자 신용공여, 해외투자상품 등이 대상이다. 레버리지 상품 투자 유도를 위해 사전교육 이수자에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하거나, 신용거래 신규·우량 고객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금지된다. 이벤트의 내용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하면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증권사의 모든 이벤트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 매매수수료나 이자 할인·면제는 기존처럼 가능하다. 거래 횟수나 금액과 무관한 이벤트와 투자 잔고를 기준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통상적인 가격 할인과 건전한 마케팅 경쟁은 유지해 투자자의 거래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감원과 금투협은 11월 중 협회 규정 개정안을 사전 예고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12월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개정된 규정은 각 증권사의 내부 규정 반영과 업무 절차 변경 등을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규정 시행 전이라도 협회와 증권업계는 제도 개선 취지에 맞춰 이미 공지된 이벤트를 제외하고 새 기준에 저촉되는 신규 이벤트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