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 작은 나라가 어떻게 ‘유럽의 실리콘밸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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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팩토리 2주년 기념 특별대담]

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 투울라 테리 원장·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김봉수 원장

마인크래프트 등 유니콘의 고향 ‘스톡홀름’…”도전하기 쉽고, 사업하기 편해야”

(왼쪽부터)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 투울라 테리 원장,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김봉수 원장/사진=이기범 기자

“성장 잠재력, 사회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업들이 필요로 할만한 실용화 유망 공공기술 100개를 선정하는 ‘IVA 100 -lists’를 1919년부터 매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투울라 테리(Tulla Teeri) 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IVA) 원장)

“그 리스트에 한국이 연구개발한 기술도 함께 올리는 건 어떻습니까.”(김봉수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원장)

지난 19일 연세대 백양관 머레이홀, 한국과 스웨덴에서 공공연구성과 이전 및 활용·확산을 전담하는 두 기관장이 만났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의 요청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스웨덴은 어떻게 세계적인 유니콘 탄생지가 될 수 있었나’를 주제로 60분간 밀도 있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스웨덴은 인구 1000만 명의 작은 나라다. 하지만 수도인 스톡홀름은 유니콘 기업 수(35곳)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의 제작사 모장 △세계 최고 음원서비스기업 스포티파이 △창업 3년만에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기업 노스볼트 △화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 같은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100년 이상 주도해온 곳이 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IVA)이다. 1300명의 과학자, 250개의 기업 회원을 보유한 스웨덴 최고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으로 꼽힌다. EU(유럽연합)에서 발표한 ‘2022년 유럽 혁신 스코어보드’에서 스웨덴 혁신활동 1위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은 실용성이 우수한 기초 원천 연구성과를 발굴해 사업화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기술사업화 전담기관이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투자자, 엑설러레이터 등 기술사업화 핵심 플레이어들과 함께 기술 이전과 혁신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담 신청을 흔쾌히 승락한 투울라 테리 IVA 원장(이하 테리)은 헬싱키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스웨덴 왕립공과대학(KTH) 부총장, 알토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IVA 원장직을 맡고 있다. 김봉수 원장(이하 김)은 콜로라도주립대학에서 산업기술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기획관·기초원천연구정책관, 주OECD대표부 과학참사관,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니어 엑스퍼트,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정책관 등을 지냈다.

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 투울라 테리 원장이 발언하는 모습/사진=이기범 기자

김=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심화, GVC(글로벌가치사슬) 재편 가속화로 미래 첨단기술에 투자하고 사업화하는 기술 혁신 활동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이 자리는 기술사업화라는 공통주제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양국 간 최초의 자리라서 그 의미가 더 뜻깊다.

테리=사실 한국과 스웨덴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를 테면 스웨덴은 명예보단 실리와 실용을 추구한다. 국민성이 매우 창의적이고 도전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 18세부터 64세까지 전 연령대의 65%가 창업을 꿈꾼다. 양국은 특히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 활동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딥테크 창업을 통해 세계와 경쟁하는’혁신 선도형 국가’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서로 배울 게 있고 좋은 협력 관계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학술 연구를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 가운데 ‘R2B(Research to Business) 프로그램’이 유명하던데 무엇인가.

테리= 대학이나 학회의 학술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된다. 단, 차이점이라면 교수, 연구자뿐 아니라 기업체 관계자도 함께 참석한다. 산·학·연 기술사업화 핵심 플레이어들 간 충분한 대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김=한국에선 정부출연연구기관 R&D 특허를 기관이 소유하나 스웨덴에선 연구원이 소유할 수 있다고 들었다. 국내 정서상 유니크하게(독특하게) 보였다.

테리=스웨덴에선 과학자의 특허 소유권을 인정해준다. 실험실 연구원 창업을 유도하는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다. 기초·원천 연구 다음 단계, 그러니까 후속 R&D를 거쳐 민간으로 기술이전·사업화하는데 동기를 불어넣는 등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특허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당하거나 뺏길까봐 매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는 기업가정신 교육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김=스웨덴의 규제 완화 정책도 스타트업 성장의 결정적 기반인 된 것 같다.

테리=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도전하기 쉬어야 하고, 사업하기 편해야 한다. 1990년 이전 공기업 독점으로 규제가 심했던 경제에서 벗어나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기업 간 경쟁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1993년 법령을 고쳐 외국기업들도 스웨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할 수 있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1년 85억 달러(약 11조원)에 인수한 스카이프, 2014년에 25억 달러(3조원)에 인수한 마인크래프트 제작사 모장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법인세를 낮춰(30%→22%) 세금 부담을 덜고, 상속세·부유세를 없애 여유 자본을 가진 부자들이 엔젤투자자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김=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이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스포티파이가 수입 일부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형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테리=선후배 기업 간 끌어주고 밀어주는 상생문화가 자리잡았다. 성공한 회사가 번 수익금의 일부를 마치 VC·AC(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처럼 후배 기업에 투자하고, 해외시장 판로를 함께 뚫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한다. 대표 사례로 발렌버그 그룹을 꼽을 수 있는데 오랫동안 재단을 통해 이익을 재분배하면서 많은 신생기업과 국책연구소를 지원하고 있다. 이 덕분에 볼보(자동차), 이케아(가구), H&M(패션) 등 세계적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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