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뭇매에 상생금융 보따리 푼다… 대환대출·이자감면 고민

82

(왼쪽부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사진-각사

◆기사 게재 순서
①”이젠 내리라고?”… 수시로 뒤집는 정책에 속앓이 하는 은행들
② ‘이자장사’ 뭇매에 상생금융 보따리 푼다… 대환대출·이자감면 고민
③’용두사미’된 정책금융… 설 자리 잃은 특례보금자리론·청년도약계좌

60조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에 눈총이 쏟아지면서 금융권이 상생금융 확대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지적에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가계 및 소상공인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동반성장하기 위해 이자를 돌려주고 생활비와 통신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주요 골자다.

하나·신한, 1000억원 소상공인 지원


가장 먼저 상생금융 보따리를 푼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소상공인 지원에 1000억원을 풀었다. 개인사업자 고객 중 약 30만명을 대상으로 ▲이자 현금환급(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에너지생활비·통신비 지원 ▲경영 컨설팅 지원 등을 추진한다. 11만명이 납부한 이자 중 665억원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방안이 핵심이다.

같은 날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청취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았다. 이 행장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그룹 부회장),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등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6일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부담 경감 및 취약차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1050억원대 상생금융 패키지를 내놨다. 신한은행은 230억원을 투입해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청년 자영업자에게 금리를 2%포인트 낮추는 ‘이자 캐시백’을 실시한다.

저금리 대출 전환을 위한 대환대출 플랫폼을 신설하고 이용 고객에게 50억원어치 바우처도 제공한다. 또 중소 법인을 상대로 시행한 상생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1년 연장하면서 개인사업자의 이자도 감면해준다. 7% 이상 대출금리를 내는 중소법인에 최대 3%포인트 금리를 깎아주는 방법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상생금융이 일회성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며 “앞으로 민생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에도 적극 참여하며 기업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도 상생금융 지원안을 마련 중이다. 이달말 양종희 회장 내정자의 취임을 앞두고 KB국민은행은 대출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대출자의 이자를 깎아 주는 방안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5일 상생금융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청년 등 금융 취약층에 지원을 추가하는 상생금융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기존 대출자들에게 저금리 대환 대출 공급을 늘리고 일부 소상공인에게 대출이자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영업자는 입출식 통장에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실효성 있는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검토한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출 449조, 연체율 증가에 고민


올해 금융권의 상생금융 마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에 주요 금융지주가 3년간 10조원의 상생금융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방 금융권 중에선 DGB대구은행과 JB금융이 지난 5월 각각 1조6000억원, 2조2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8일 남대문시장상인회와 광장시장 인근 우리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를 방문했다./사진=우리은행

두 번째 상생금융 지원에 은행권의 속내가 복잡하다. 시장금리 상승에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기업대출 잔액은 1238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449조7000억원(36.31%)에 달한다.

개인사업자의 대출 평균금리도 가파르게 올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금리는 ▲2020년 2.7% ▲2021년 2.94% ▲2022년 4.96% ▲2023년 9월말 5.21% 수준이다. 고금리 부담에 연체율이 올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8월 기준 0.5%로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증가했다. 전년 동기대비 0.3%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은 기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출연이나 기부 규모를 증액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은행권은 2012∼2025년 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관련해 설립·운영 지원금(1750억원)과 펀드 출연금(6700억원)을 냈고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취약계층 대출과 보증 재원으로 약 7000억원을 출연키로 한바 있다.

아울러 은행연합회 20여개 회원기관(은행·보증기금·한국주택금융공사)은 새희망홀씨대출 등 금융지원과는 별개로 ▲2019년 1조1059억원 ▲2020년 1조929억원 ▲2021년 1조617억원 ▲2022년 1조2380억원 등 4년 연속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사업에 썼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 공감대에 부합하는 상생금융은 이자감면이 아니라 이자수익을 사회에 돌려주는 형태”라며 “미래 경기·금융 위기에 대비한 적정 수준의 충당금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5년 청년고용 절벽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을 때 국내 금융지주 회장이 연봉을 반납한 사례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거론된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의 연봉에서 총 70여억원을 반납했다.

청년 실업 해결에 ‘임금 나누기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통계청이 조사한 청년 실업률은 9.4%로 전체 실업률(3.7%)의 2.5배 수준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5.1%로 감소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상생금융을 운영할 경우 한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은행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게 상생금융을 펼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 완화 등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