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인터뷰
“드디어 이런 날이 오네요.”
12월20일 개봉하는 ‘노량:죽음의 바다'(‘노량’)는 2014년 ‘명량’에서 시작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10년 만에 과업을 완성한 김한민 감독이 소회로 이 같이 밝혔다.
김한민 감독은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영화 ‘노량’ 인터뷰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며 세월호 참사(2014년)와 코로나19 위기를 견디며 10년의 대장정을 마친 것에 대해 “천행(天幸)이었다”고 말했다.
이순신 3부작을 완성하기까지 꼭박 10년을 채웠다. ‘명량’의 첫 촬영을 시작한 2013년 1월부터 ‘명량’의 프리퀄인 ‘한산:용의 출현'(‘한산’)을 거쳐 ‘노량’의 개봉을 앞둔 지금까지 보낸 시간이 10년이다. ‘노량’은 ‘한산’ 이후 1년6개월 만에 개봉했지만, ‘한산’이 나오기까지는 8년의 시간이 걸렸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이 흥행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 흥행에 힘입어 후속편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철저하게 고민해야 스스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작업할 수 있고,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특히, 왜 이순신 장군이 집요하게 마지막 전투를 벌이려고 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김한민 감독에게 중요했다. 그 고민 끝에 적군에게서 완전한 항복을 얻어야 한다는 데 감독의 생각이 이르렀고, 감독은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는 이순신의 대사를 만들 수 있었다.
김한민 감독은 “그 대사는, 지금 이순신 장군이 살아계신다 하더라도 그분의 대의와 유지를 거스르지 않는 대사라고 제 나름의 확신이 있다”고 자부했다.
동시에 ‘노량’에 담은 100분에 달하는 해상 전투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 100분 압도적 규모의 해전 구현한 ‘노량’
‘노량’은 언론에 첫 공개된 뒤 압도적인 스케일의 해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미 ‘명량’과 ‘한산’이 놀라운 해전을 펼쳤지만, ‘노량’의 해전은 비주얼 면에서나 정서적으로 앞선 두 작품을 넘어선다.
‘노량’도 한산과 마찬가지로 배를 물에 띄우지 않으면서 해전 장면을 완성했다. 물 없이 리얼리티를 구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만 25개 업체, 800명의 스태프가 매달렸다.
그런 해전을 주 52시간 근로제를 준수하며 작업해야 하는 상황은, 제작비와 직결되는 현실적인 문제로서 숙련된 기술과 준비 없이 불가능한 과정이다. 이를 김한민 감독이 또 해냈다.
김한민 감독은 “해전이라는 게 단순히 비주얼적인 완성뿐 아니라 100분간을 끌어가는데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사운드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사운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노량’의 해전을 “100분간의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하며 “해전의 완급조절을 위한 과감한 사운드 콘트라스트로 해전의 치열함과, 이순신의 처절함을 보여주려 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명량’이 현장 작업, ‘한산’이 CG 작업 때문에 힘들었다면, ‘노량’은 사운드 작업 때문에 힘들었다”라는 말로 재차 사운드에 집중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10년간 한 프로젝트에 천착해있었던 만큼, 김한민 감독에게 이순신과 임진왜란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한민 감독은 “한 마디로 처참하고 지리한 전쟁이었다”며 “2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도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을 7년간 이어왔으니 얼마나 처참했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 장군을 가리켜 영웅을 넘어서 성웅이라고 표현하는데, 성웅을 넘어서서 굉장한 혜안을 가지고 있었던 ‘현장'(賢將)이었다”며 “분단 상태인 것도 그렇고 지금의 역사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종결되지 않고 있지 않나. 이순신의 정신이 우리 시대에 소중하게 리마인드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 김윤석, 용장+지장 모습 다 갖춘 배우
현장, 이순신의 모습을 김윤석이 표현해냈다.
‘노량’은 프랜차이즈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한명의 인물을 3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한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역할을 물려받아 이순신의 최후를 그린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이순신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해전을 끌어가는 용맹스러운 용장(勇將)의 모습을, ‘한산’의 이순신은 지략과 전략 전술을 능수능란하게 펼치는 지장(智將)의 모습을 그리고 ‘노량’에서는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다 갖춘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김윤석은 용장과 지장의 면모를 잘 갖춘 희귀하고 귀한 배우”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10년간 이순신 영화를 하면서 꿈에 나타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한민 감독은 “그럴 만도 한데 단 한번도 꿈에서 뵙지 못 했다”며 “아마도 (작품이) 안 거슬려서 나타나지 않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순신 3부작은 ‘노량’으로 끝을 맺지만, 김한민 감독의 임진왜란에 대한 탐구는 계속된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계획 중이다.
그는 “이순신 3부작을 하면서 임진왜란을 안 들여다 볼 수 없었다”며 “임진왜란에는 정치·외교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그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작품에서는 이순신이 주연이 아니라 이덕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귀띔했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7년 후,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는 왜군을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 영화로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등이 출연한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노량: 죽음의 바다 감독 김한민 출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안세호 평점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