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주목받고 있는 신비로운 매력의 한국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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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2022년 포브스 선정 올해의 한국드라마에 선정됐고, 2023년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을 받았다.

이성진·셀린 송·피터 손…美 사로잡은 한국계 창작자의 저력

'성난 사람들'(위)과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CJENM
‘성난 사람들'(위)과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CJENM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한국계 창작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자전적 스토리로 완성한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창작물을 통해 미국 사회에 크나큰 울림을 안기고 있다. 할리우드 등 미국 주류 대중문화 시장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이 골든글로브 3관왕, 크리틱초이스 어워즈 4관왕에 이어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도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관왕을 석권하면서 한국계 창작자들의 저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고 주인공 대니를 연기한 스티븐 연 등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다. 분노로 가득 차 있는 두 주인공이 사소한 사건에 엮어 극단적으로 치닫는 내용으로, 한인 교회를 다니는 대니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알려진 대로 ‘성난 사람들’은 이성진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이자, 유년기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면서 쌓은 정체성을 녹여낸 작품이다.

이성진 감독을 중심으로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창작자들은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풀어낸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물론 애플TV+ ‘파친코’ 시즌1을 공동 연출한 저스틴 전, 코고나다 감독과 원작자인 이민진 작가,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도 마찬가지다.

●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경험 녹아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

올해 미국 시상식에서는 ‘성난 사람들’과 함께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이민자로 자란 주인공이 20년간 쌓은 인연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셀린 송 감독은 영화 ‘세기말’ ‘넘버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어릴 때 캐나다로 이주해 성장한 감독은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미국을 오가면서 쌓은 경험과 정서를 ‘패스트 라이브즈’에 담았다.

영화는 어린 시절 헤어진 뒤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렸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가 부모와 미국으로 이주한 나영 역을, 배우 유태오가 유년기 나영의 단짝이던 해성 역을 맡았다. 나영의 캐릭터는 셀린 송 감독의 상황과 겹친다.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고, 11월 열린 독립영화·드라마 시상식 고섬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골든글로브 5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 및 수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미나리’·’파친코’·’엘리멘탈’ 등 이민 2세 창작자들

한국계 이민자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가 2020년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부터다. 영화는 1980년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 가정이 겪는 이야기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 사진제공=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 사진제공=

‘미나리’에서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 이민 가정의 가장 제이콥(스티븐 연)은 가족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이민 1세대 아버지로 울림을 안겼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주인공 제이콥은 실제 감독의 아버지를 모델로 삼았다.

또한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라며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낯선 미국으로 넘어온 순자(윤여정)는 한국 할머니의 ‘정’을 느끼게 했다.

‘미나리’는 2021년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윤여정)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파친코'의 이민호와 김민하. 사진제공=애플TV+
‘파친코’의 이민호와 김민하. 사진제공=애플TV+

한국계 이민 가정의 이야기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로도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파친코’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렸다. 이를 옮긴 드라마는 주인공 선자(이민하)와 그 부모를 포함한 4세대에 걸친 삶을 다루는 작품이다.

이민진 작가는 집단 따돌림으로 재일 동포 학생이 투신자살한 이야기를 들은 것을 계기로 재일 동포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파친코’를 기획했다. 작가 역시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만큼 재일 동포가 겪는 상황이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뒤 다시 미국에 정착한 한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작가는 수많은 재일 동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고통’과 ‘강인함’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드라마 ‘파친코’는 2022년 포브스 선정 올해의 한국드라마에 선정됐고, 2023년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을 받았다. 연출을 맡은 저스틴 전, 코고나다 감독 역시 한국계 창작자들이다.

'엘리멘탈'은 지난해
‘엘리멘탈’은 지난해

한국계 이민 2세 창작자의 활약은 애니메이션에서도 돋보인다.

지난해 6월 개봉해 국내에서 7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전 세계에서 4억9630만달러(한화 6668억8773만원)를 벌어들인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의 작품이다. 피터 손 감독은 디즈니·픽사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최초의 동양인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라는 상상의 세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부모님의 스토리를 녹인,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불의 나라를 떠난 엠버의 가족이 노력 끝에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성공하고, 주인공 엠버는 자신의 꿈을 감추고 아버지의 소원대로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한다. 엠버에게서 ‘K장녀’의 모습이 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크게 흥행했다.

● ‘한국인 이민자’ 다룬 콘텐츠의 힘은?

미국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는 대부분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민자의 국가’ 미국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동시에 곳곳에 담긴 한국적인 정서로 덕분에 국내 관객과 시청자까지 사로잡는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년)과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년)이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한국계 창작자의 이야기를 향한 관심이 달라진 점도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시선을 견지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란 평가까지 충족하면서 미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발돋움하게 했다.

2020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제공=CJENM
2020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제공=CJENM

케이팝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미국 메인 차트인 빌보드 차트에서 활약하는 것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더욱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냈다.

이성진 감독은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기생충’ 이후인)2020년 즈음부터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내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쓰니 모두가 함께 즐기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에 참여한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 콘텐츠와 관련해서 백인 동료들이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며 “자라면서 주류 사회가 우리와 연결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것은 없었지만 (과거와 비교해)지금은 아름다운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반겼다.

정이삭 감독은 한국인 이민자 콘텐츠의 힘은 ‘보편성’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는 “삶 자체가 여정이고, 여행이다. 이민지가 아니더라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어느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조금씩은 다르지만 이민자의 현실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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