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대한민국 휩쓸었던 청순미녀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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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가수 김현철의 뮤직비디오로 연예계 데뷔한 김현주는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현재까지 구설수 하나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청순하고 상큼한 이미지로 한국의 대표적인 청춘스타로 활약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김현주는 청춘스타라는 타이틀에 머무르지 않고 장르불문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고, 어느 순간 성숙하고 진지한 연기로 대중을 감동시키는 깊이 있는 배우가 됐다.

이처럼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김현주. 그런 그가 최근 첫 욕설 연기에 도전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인터뷰] 첫 욕설 연기 도전 김현주 “‘선산’, 폭발할 수 있어서 좋았죠”

김현주는 여전히 보여줄 얼굴이 많은 배우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는 “알고 있던 것과는 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며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말했다.

지난 1월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극본 연상호·연출 민홍남)에서 김현주는 데뷔 이래 첫 욕설 연기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 폭발하는 김현주…”시원했다”고 말한 이유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주는 “감정을 폭발하는 역할이 별로 없었는데, 폭발할 수 있어서 시원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욕도 많이 했는데 편집이 많이 돼서 아쉽다”고 웃어 보였다.

선산 상속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선산’은 존재조차 희미한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가족 선산을 상속받게 된 주인공 윤서하(김현주) 앞에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중 김현주는 교수 임용만을 고대하는 대학교 시간 강사이자,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윤서하 역을 맡아 파괴적인 에너지로 극을 이끌어간다. 지질하면서도 욕망을 품은 김현주의 또 다른 얼굴을 엿볼 수 있다.

김현주는 “여태까지 눌려 있는 감정들을 많이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버리고 폭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후반의 폭발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초반 답답하고 비굴해 보이는 연기도 소화했다. 그는 “서하가 머플러를 많이 맸는데 무엇인가에 매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하는 (과거 가족을 떠난)아빠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애써 모른 척해요. 평범하게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꾹 누르면서 참고 살아왔죠. 결혼도 사랑이 있었다기보다는 남들처럼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다고 봤어요.”

“2회에서 옷장을 정리하다가 옷걸이가 무너지면서 ‘왜 나한테, 나한테!’라고 감정을 터트리는데, 화를 내다보니까 서하가 억울한 마음이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옷걸이가 무너질 때 서하도 함께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죠.”

● “연상호 감독, 용기 주는 고마운 사람”

무엇보다 ‘선산’은 김현주와 연상호 감독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도 화제를 샀다. 두 사람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을 시작으로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에 이어 ‘선산’까지 함께했다. 올해 공개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연출작 ‘지옥’ 시즌2도 함께 선보인다.

김현주는 연 감독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는 지점에 대해 “의도하지는 않았다”면서 “(작품을 선택할 때)내가 잘하는 것과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려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이 됐다. 내 입장에서 ‘선산’은 거절할 만한 이유가 없던 작품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연 감독과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시기를 살아왔어요. (저를)응원하는 마음이 크더라고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배우로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작품이 들어오지 않으면 할 수 없잖아요.(웃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지만 용기가 부족할 수도 있고요. 그때 옆에서 용기를 주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자체로도 너무 감사한데, 연 감독은 그런 존재예요.”

● “장르물, 여전히 쉽지 않지만…”

1997년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한 김현주는 캔디형 주인공부터 강단 있는 사극의 여주인공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다. 하지만 장르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2019년에서야 ‘왓쳐’로 첫 장르물에 도전했다. 이후 ‘지옥'(2019년)에서 첫 액션을 선보였고, ‘정이’에서는 전설적인 용병 캐릭터를 소화했다.

김현주는 장르물에 대해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과거에는 도전해 보려는 용기도 없었어요. 안전하게 해왔던 걸 해왔죠. 장르물은 여전히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두려워서 경계하고 피했는데, 지금은 받아들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어느덧 데뷔 27년차를 맞은 김현주는 “인생 자체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한 작품씩 하다 보니까 시간이 이만큼 흘렀다”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라며 미소 지었다.

“저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고의 선택과 노력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가려고 해요. 저는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가 완전히 동떨어져 있어요. 굉장히 자유로운 편인데,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제 나름대로 균형을 찾았어요.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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